김형준 BHSN 최고인공지능책임자 인터뷰
법률 특화 모델 '앨리비 아스트로'로 실무 자동화
"AI 책임과 역할 구분 위한 기준 정비돼야"
복잡한 계약서 초안 작성부터 판례 요약까지, 법률 문서 작업에 인공지능(AI)이 실무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법률 특화 거대언어모델(LLM)을 자체 개발한 BHSN은 국내외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실제 법무 업무 자동화 사례를 확대하며 리걸 AI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김형준 BHSN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는 5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리걸 AI는 변호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실무형 도구가 돼야 한다"며 "우리는 실제 계약서를 쓰고 판례를 요약하며 규정을 검토하는 AI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BHSN이 개발한 '앨리비 아스트로'는 계약서 초안 작성, 판례 요약, 법령 검색 등 복잡한 과정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자체 LLM이다. 한국어에 최적화된 문장 구조 이해 능력을 갖췄으며, 일본어·중국어도 온프레미스(사내 인프라) 환경에서 일부 기업에 적용 중이다. 단순히 범용 LLM을 파인튜닝하는 수준을 넘어 지속적 반복 학습(CPT) 기반의 사전학습 모델로 구축된 것이 강점이다.
김 CAIO는 "GPT-4 대비 약 3배 빠른 속도, 10% 이상 높은 정확도를 기록했고 이미지와 표 등 비정형 정보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멀티모달 기능도 적용 중"이라며 "기존 LLM은 연산량이 많아서 수많은 문서를 빠르게 검색하기엔 속도가 한계였다면 아스트로는 AI 모델 구조를 2~4비트 수준으로 경량화하고 저장 방식도 효율화해 검색 속도와 정확도를 모두 높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객 데이터를 학습하지 않는 비학습형 구조로 설계해 민감한 법률 문서를 다루는 대기업에서도 신뢰를 얻고 있다. CJ제일제당, 애경케미칼 등 주요 기업들은 BHSN의 리걸 AI 솔루션을 도입해 법무팀뿐 아니라 인사·재무·영업 부서에서도 계약 검토와 자문 요청을 자동화하고 있다.
이처럼 기술은 이미 현장에서 실무를 대체하거나 보완하고 있지만 국내 제도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법무부가 발표한 '리걸테크 산업 활성화 가이드라인'에는 AI 활용 관련 내용이 아직 구체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 김 CAIO는 "AI는 법률 전문가의 판단을 보완하는 도구일 뿐"이라며 "그 역할과 책임 범위를 정립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법무성 주도로 리걸테크 전반에 대한 제도 정비와 정책 가이드라인을 조기에 마련하며 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AI 기반 계약 검토 시스템의 활용 기준과 책임 소재를 명문화하며 시장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CAIO는 "일본은 인구나 시장 규모 면에서 한국보다 훨씬 크고, 법무성 차원에서 AI 활용에 대한 방향성이 명확하다"며 "리걸테크 분야에 대한 수요와 기술 투자가 활발해 현지 기업들과의 기술 제휴 가능성도 열어두고 시장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BHSN은 올해 구독형 리걸 AI 서비스 '앨리비'를 중심으로 고객 맞춤형 도입을 확대하고 다양한 구현 방식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김 CAIO는 "SaaS 방식뿐만 아니라 온프레미스형, 또는 특정 기능만을 원하는 고객 등 수요가 세분되고 있는 만큼 저희는 민첩하게 대응하며 고객 맞춤형 제공 역량을 확보해왔다"며 "앞으로도 고객이 믿고 사용할 수 있는 리걸 AI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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