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부진했던 미국의 인수합병(M&A) 시장 분위기가 4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달아오르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가 인용한 시장조사업체 LSEG 집계에 따르면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M&A 거래 규모는 2021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4년 만에 활기를 띠고 있는 M&A 시장에 대해 WSJ는 "보통 여름 막바지는 M&A 거래가 가장 한산하지만, 올해는 다르다"고 짚었다. 미 대형 법무법인 설리번앤드크롬웰의 프랭크 아킬라 수석 파트너도 "지금은 M&A 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이 갖춰진 상황"이라며 다음 달 미국 노동절 이후에는 시장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비교적 견실한 경제와 금리 인하 기대 덕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철도회사 유니언퍼시픽이 미 동부지역 철도사 노퍽서던을 850억달러(약 117조원)에 인수한다고 지난달 29일 밝히며 주목받고 있다. 인수액은 지난 3월 구글 모기업 알파벳이 이스라엘 보안기업 위즈를 320억달러에 인수한 이후 올해 발표된 M&A 거래 중 최대 규모다.
유니언퍼시픽은 미시시피강 서쪽 미 중부와 서부에, 노퍽서던은 동부에 주요 화물 철도망을 보유하고 있다. 합병된 회사는 버크셔해서웨이 산하의 벌링턴 노던 산타페(BNSF)를 넘어서는 미국 최대 철도회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미국 서부 해안에서 동부 해안 전역에 이르는 철도망을 보유한 최초의 단일 회사가 된다. 양사는 이번 합병 결정에 대해 "미 동부 연안에서 서부 연안까지 43개 주에 걸쳐 5만마일(약 8만㎞)이 넘는 철도 노선을 원활하게 연결해 100개의 항만과 북미 거의 모든 지역을 통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의 대형 원유시추업체 베이커휴즈는 액화천연가스(LNG) 장비업체 차트인터스트리를 13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베이커휴즈는 이번 인수를 통해 "저탄소 및 고효율 에너지 솔루션에 대한 산업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아직 최종 결과가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다른 대형 M&A 건도 대기 중이다. 식품업체 크래프트 하인즈는 식료품 부문 분사를 검토 중이다. 분사 대상에는 다수의 크래프트 제품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으며, 하인즈 케첩과 디종 머스타드 브랜드 그레이 푸폰 등은 남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크래프트 하인즈는 "지난 5월에 발표한 바와 같이 회사는 주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잠재적인 전략적 거래를 평가해 왔다"고 밝혔다.
또 프랑스 명품기업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가 자사 보유 명품 브랜드인 마크 제이콥스를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 출신 패션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가 설립한 이 명품 패션 브랜드의 매각가는 10억달러(약 1조3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WSJ는 추산했다.
일각에서는 유니언퍼시픽과 노퍽서던의 합병과 같은 대형 거래가 또 다른 M&A를 촉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M&A 자문사인 센터뷰파트너스의 토니 김 공동대표는 대형 M&A의 경우 협상을 마무리하기 어렵게 만드는 불안감이 존재한다면서도 "이 같은 배경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거래가 성사되는 것을 보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형 M&A가 시장 경쟁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점 우려 등 부정적인 시선도 제기되고 있다. 유니언퍼시픽과 노퍽서던의 합병으로 인해 화물 운송 요금이 오르고 서비스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스콧 젠슨 미국화학협회 이사는 "미국 내 최대 철도회사의 합병은 미국 제조업체, 농민, 에너지 생산업체들이 철도를 통해 운송하려는 선택지를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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