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기자수첩]손경식 회장이 '3500'을 반복한 까닭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협력사 3500곳 넘는 회사
노란봉투법에 파업 우려 확산

[기자수첩]손경식 회장이 '3500'을 반복한 까닭
AD
원본보기 아이콘

지난 31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임박하자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의 주인공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겸 CJ그룹 회장. 취임 7년여 만에 처음으로 기자들 앞에 선 손 회장은 갈라지는 목소리로 "매우 당혹스럽다"고 했다. 대선 기간 '친기업'을 전면에 내세우던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고서는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이며 정반대 행보를 보인다는 말이다.


손 회장이 노란봉투법을 당혹스러울 만큼 반기업 법안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기자회견 내내 반복 언급한 숫자인 '3500'에서 찾을 수 있다. 조선업계처럼 다단계 협업체계로 구성된 업종에서는 협력사가 3500곳이 넘는 회사도 있다고 한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그 많은 하청노동자가 모두 쟁의 당사자가 된다. 지금도 상당수 원청이 임금·단체협약(임단협)으로 해마다 고생하는데, 협상 대상이 3500개사 노조로 늘어난다면 1년 내내 하청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듣다가 한해가 다 끝난다. 시간과 비용을 낭비할 여지가 큰 데다가 3500곳 중 한 노조와의 교섭만 어긋나도 원청은 형사처벌 대상이다.


빠르고 정확한 생산으로 납기를 맞추면서 쌓아 온 글로벌 제조 경쟁력이 한순간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는 앞으로 현실로 다가오게 된다. 일례로 현대차·기아는 '자회사의 자회사'가 파업에 돌입할 때마다 생산라인이 멈추곤 한다. 올해도 지난달 16일 현대모비스 자회사 모트라스·모비언트·유니투스가 총파업에 나서자 부품 수급이 어려워졌다.


노란봉투법으로 파업 규모가 커지고 파업 주기도 더 빨리 돌아온다면 경쟁력이 깎일 수밖에 없다. '생산 안정성'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얻었다는 K조선도 마찬가지다. 조선업계는 한 업체라도 납품에 늦으면 배를 뜯어 다시 조립해야 한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배를 뜯는 일이 잦아진다면 정해진 납기를 맞출 수 없을 것은 자명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경제단체뿐 아니라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도 노란봉투법에 우려의 목소리를 속속 내놓는다. 심지어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는 해외 기업이 노란봉투법으로 형사처벌 위험에 직면할 경우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해외 기업마저 나서서 반대하는 마당에 노란봉투법을 계속 밀어붙이는 것은 '경제 살리기' 의지에 진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노란봉투법은 오늘 오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정부와 여당의 입법 의지를 보면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 자체를 막기는 힘들 것이다. 6개월간의 유예 기간 동안 시행령 작업에서는 국내·외 기업들의 호소가 충분히 담겨야 한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top버튼

한 눈에 보는 오늘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