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법조스토리]배임죄 개정, 지금이 적기다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상법 개정으로 처벌 확대 우려
與野 처벌 완화 법안 동시 발의
정치권 뜻 모인 개편 최적 시점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AD
원본보기 아이콘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재계의 관심이 집중된 건 단연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이다. 이사가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에 대해서도 충실의무를 부담한다고 법에 못 박은 만큼 기업 경영과 관련한 배임죄 처벌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으로 이사를 주주의 '사무처리자'로 인정하지 않던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고, 이에 따라 '쪼개기 상장' 등 사례에서 이전과 달리 배임죄가 인정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재계나 법조계에서 '걸면 걸리는 죄'라고 지적받는 배임죄의 확대 적용을 막아온 안전장치 하나가 풀린 셈이다.

이런 가운데 형법상 배임죄 처벌 조항에 판례가 적용해온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해 처벌 범위를 축소하는 법률 개정안이 여야에서 동시에 발의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현행 배임죄의 가장 큰 문제는 구성요건의 불명확성이다. '타인의 사무처리자',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 등 핵심 구성요건표지의 추상성, 모호성으로 인해 법률 전문가들조차 배임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결국 대법원이 내놓는 판례들을 바탕으로 배임죄인지 아닌지를 가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랜 기간 지속됐다.


정권이나 검찰에 밉보인 기업 총수는 언제라도 배임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될 수 있었다.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업 경영의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배임죄는 가장 무죄율이 높은 죄목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무한정 확대될 수 있는 처벌 범위도 문제다. 현행법상 배임죄는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손해가 발생할 위험만 있어도 처벌이 가능하다. 외국 기업 경영인들이 가장 의아해하는 게 한국의 배임죄라고 한다. 독일과 일본이 배임죄 처벌 조항을 두고 있지만 독일은 이미 20년 전 '경영판단의 원칙'을 도입해 처벌을 최소화했고, 일본은 고의 외에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을 요건으로 추가해 처벌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에는 배임죄를 직접 규정한 처벌 조항이 없다.


배임죄의 또 다른 문제는 처벌 조항의 중복과 과잉 처벌이다. 배임죄 처벌 조항은 형법, 상법, 특정경제범죄법 등에 산재돼 있다. 기업 경영 과정에서 배임죄가 문제 되면 업무상 배임죄가 적용돼 더 무겁게 처벌되고, 배임으로 인한 이득액이 5억원을 넘으면 다시 특정경제범죄법으로 가중처벌된다. 가중처벌 기준을 1억원에서 5억원으로 바꾼 게 1990년인데 35년이 지나도록 그대로다. 회사의 이사나 감사가 저지른 배임 행위에 대해서는 '특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상법이 규정한 특별배임죄를 적용해야 한다. 그런데 수사 실무에서는 특정경제범죄법을 적용해 가중처벌하기 위해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하는 편법이 관례가 됐다.


재계의 요구처럼 배임죄를 완전히 폐지하면 재벌 총수의 전횡은 뭘로 단죄할 것이냐는 일각의 우려도 수긍이 간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배임죄는 민사로 해결해야 할 '배신'이라는 윤리적 문제를 형사벌에 담아냈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기업 총수나 임원의 악의적인 행위는 횡령죄나 사기죄 등 다른 재산 범죄로 얼마든지 처벌이 가능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수사해 기소했던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조차 "배임죄가 삼라만상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제도"라며 배임죄 폐지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배임죄 남용에 따른 기업 활동 위축을 지적하며 직접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고, 여야가 배임죄 개정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지금이 바로 배임죄 개정의 적기다.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csj0404@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top버튼

한 눈에 보는 오늘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