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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오염 아닌 순환의 길로 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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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오염 아닌 순환의 길로 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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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운 자원을 그대로 갖다 버리고 있습니다."


최근 방문한 경북 봉화군의 영풍 석포제련소.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깊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제련소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은 국내 유일한 무방류 시스템도, 맑은 낙동강 물줄기도 아니었다. 제련소 한쪽 산이 큼지막하게 깎여 20m 아래가 훤히 드러난 토광이었다. 이 관계자는 "흙 안에 아연을 비롯해 금, 은 등 유가금속이 들어있어 영풍의 아연잔재처리기술(TSL)을 사용하면 유가금속을 얼마든지 뽑아낼 수 있는데, 그대로 다 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구덩이의 정체는 석포제련소 내 침전저류지다. 50년 가까이 제련 부산물이 퇴적된 곳으로 영풍은 최근 약 70만t의 토양을 매달 2만t씩 폐기하고 있다. 3년 전 환경부가 환경오염시설로 허가 내줄 당시 시설개선 조건으로 부과한 데 따른 조치다. 회수 가능한 유가금속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정부 방침에 따라 고스란히 버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재 석포제련소 제3공장에선 TSL 공법을 통해 잔재물에서 다양한 금속을 추출할 수 있다. 침전저류지에서 나오는 구리는 전기동으로, 금과 은은 중간 부산물 형태로 수요처에 판매할 수 있다. 잔재 처리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남는 슬래그조차 시멘트 원료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현재 이 토양의 약 5%가 아연으로 추정된다. 단순 계산으로 보면 t당 약 2738달러(379만4868원)인 아연 3만5000t을 회수하면 1328억원 이상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여기에 금, 은, 동 등의 다른 유가금속도 고려하면 부가적 경제 가치도 적지 않다.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동안 침전저류지에 쌓인 금속으로 인해 주변 환경이 오염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영풍은 제련소 외곽 3㎞ 구간에 차수벽과 지하수 차집시설을 설치해 지하수가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것을 막았다. 또 공장 바닥에 삼중 차단 구조를 적용해 토양 오염에도 대응했다. 환경부에서 부과한 103건의 조건 중 97건을 이행 완료했다. 오염 유출 차단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게 훨씬 합리적인 방안이 됐다.


흙 속의 금속에 주목하는 건 중국의 자원 무기화가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기술력이 있는데도 가치 있는 자원이 땅속에 묻힌 채 버려진다면 산업적인 손실은 더욱 커진다. 금속 회수율 99%를 자랑하는 국내 제련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회수 가능한 자원을 재활용한다면 환경 부담도 줄이면서 국가 자원 안보에도 이바지하는 지속가능한 해법이 될 수 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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