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7년여만에 첫 단독 기자회견
조선·반도체·자동차업계도 우려 표현
기업의 책임을 하청 노동자까지 확대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임박하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회장 겸 CJ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재고를 호소했다. 노란봉투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이례적으로 기자회견까지 열어 법안 재검토를 촉구한 것이다.
손 회장은 31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노란봉투법은 잦고 과격한 쟁의행위로 노사관계의 안정을 해치고 산업생태계를 뿌리째 흔들어 미래 세대의 일자리까지 위협할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국회는 노란봉투법 개정을 중단하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사 간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회장이 2018년 2월 취임한 후 단독으로 기자회견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긴급 기자회견은 그만큼 노란봉투법에 대한 경영계 심정이 절박하다는 것으로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입을 뗐다.
그는 조선업계처럼 다단계 협업체계로 구성된 업종에서 타격이 클 것으로 봤다. 손 회장은 "조선사의 협력업체 계약관계를 보니 (협력사가) 3500곳이 넘는 회사도 있더라"며 "그 많은 하청노동자 중 상당수가 쟁의 당사자로서 요구할 텐데 원청이 어떻게 다 감내할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나라 조선업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반도체와 자동차 업계도 우려를 표했다. 김태정 삼성전자 상무는 "현재 반도체 시장은 경쟁이 심각해 유연한 의사결정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노사관계 측면에서 내부적인 불확실성이 가미된다면 향후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어떻게 극복할지 우려된다"고 했다. 정상빈 현대차 부사장 역시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경영자가 사업을 추진할 때 절차적으로, 비용적으로 여러 애로사항 많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손 회장은 "노란봉투법은 우리 노사관계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중대한 변화인 만큼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노사 간의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도 "그동안 노사 간 대화가 거의 없었을 뿐 아니라 공청회도 없었다"며 "(개정)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노사 간 치열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의되면 정부나 여당이 입법화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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