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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갈라지는 전조증상, 복구해도 사람 키만큼 내려앉아"…서울 땅 발밑이 두렵다[新교통난민 보고서]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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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미래 - 교통의 미래
도시 과밀 개발에 '안전'이 빠졌다
서울 올 들어 지반 침하 28건
지난해 발생건수 17건 이미 넘어
수도관 누수 등 공사장 주변서 자주 발생
도심 전철·도로 개발 사업 등 영향
지하 안전 평가, 비용 문제로 조사 소홀

"땅꺼짐이 생기기 전부터 벽이 갈라진다거나 하는 전조증상이 있었어요. 처음에 복구한 지점이 다시 내려앉았는데 사람 키보다 깊었어요. 주변 노후 다세대 건물에는 균열도 많아 불안합니다."(이문동 A공인 대표)


지난달 30일 찾은 동대문구 이문동 신이문역 인근 지반침하 사고 현장에서 출입을 제한하는 펜스가 설치돼있고 이주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한진주 기자

지난달 30일 찾은 동대문구 이문동 신이문역 인근 지반침하 사고 현장에서 출입을 제한하는 펜스가 설치돼있고 이주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한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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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개발은 시민들의 발밑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동의 불편을 넘어 교통 인프라 확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시 과밀이 지하 개발을 앞당겼지만 약해진 지반이 안전과 재산을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통 인프라를 비롯한 지금의 도시계획 수립 과정에서 '안전'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달 23일 지하철 1호선 신이문역 1번 출구 앞 이문2동 복합청사·공영주차장 공사 현장 인근에서 지반침하 사고가 발생했다. 일주일이 지난 30일 찾은 현장 인근 2층 규모 상가는 출입이 통제됐고 영업을 중단한 매장 집기류가 건물 밖에 나와 있었다. 주민들은 '이주대책 마련하고 공사 진행하라, 불안해서 못 살겠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어뒀다. 공사 현장 바로 옆 보행자 통로를 지나는 주민들은 불안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문동에 거주하는 한 60대 주민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가 건물부터 빨리 철거하고 통행하기 편하게 다닐 수 있게 해줬으면 한다. 이주대책도 없어서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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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공사 현장 인근 건물·땅에 금이 가는 등 전조현상이 있었고 여러 차례 구청에 전달했지만 조치가 없었다고 했다. 첫 번째 발생한 싱크홀은 가로·세로 폭 1.2m, 깊이는 0.8m였다. 이 싱크홀은 시공사에서 임시 복구한 후 다시 내려앉았다. 두 번째 싱크홀은 가로 2.5m 세로 폭 5m, 깊이는 2.5m로 더 크고 깊다. 지반침하 현장과 연접한 건물 상인, 입주민들은 인근에 임시 대피 중이다. 동대문구 측은 "공사 현장과 접한 8개 건물에 긴급정밀안전점검을 진행 중이며 점검 결과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안전을 고려해 사고 현장 이면도로는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몇 가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원인을 파악해야 재발 방지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인허가 기관의 관리 책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산업안전교수단의 박명기 교수는 "이문동이나 지난해 연희동도 비가 오고 나서 싱크홀이 발생했는데 두 곳 모두 연약지반이고, 근처에 공사장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지질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는 땅꺼짐 위험이 더 높다. 건축허가나 시공 때 조치를 해야 하는데 인허가 기관은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공사를 할 때 지하수나 토사량이 얼마인지 파악해야 하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서울 지반침하, 지난해보다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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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대형 공사 현장이 많은 데다 여름철에는 폭염과 폭우가 이어지면서 지반침하 사고가 더 빈번해졌다. 7월 한 달간 서울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만 총 6건이다.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 현재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는 총 28건이다. 7개월간 발생한 사고가 지난해 사고 건수(17건)를 이미 넘어섰다. 지난해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 원인을 보면 상·하수관 손상 8건, 굴착공사 부실 2건, 다짐(되메우기) 불량 2건, 기타매설물 손상 1건, 기타 4건이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 건수는 2119건, 이 중 서울에서 발생한 사고는 228건(10.8%)이다.


지반침하 발생 원인은 다양하다. 지하수 흐름이 바뀌면서 공동이 생기거나 노후 상하수도관 누수, 연약지반이 충분히 다져지지 않을 때 발생한다. 도심에서 발생하는 지반침하는 전철이나 도로, 상가 등 대규모 시설을 지하에 조성하는 지하 개발사업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지하 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공사 현장 인근에서는 작은 충격에도 지표면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어 사전에 위험을 인지하기 더 어렵다. 지하 굴착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공사를 마친 지하 시설물 인근에서는 지반 안정성이 약해져 지반이 침하하기도 한다. 지하에서도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 들어가는데, 지하수를 많이 퍼냈을 경우 땅속에 빈 곳이 생겨나 침하하는 것이다. 통상 7~8월에 지반침하가 많이 발생하는데, 기후변화로 폭우가 자주 내려 빗물이 지하로 급격히 유입돼 지반 침하가 잦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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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안전평가 회피 사례도 많아

지하 개발사업이 늘어나면서 지하 안전을 평가하는 법안도 시행됐지만 한계는 여전하다. 2018년 시행된 지하안전특별법에 따라 깊이 20m 이상 굴착공사를 하는 경우 지하안전평가, 깊이 10~20m 굴착공사는 소규모 지하안전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깊이 10m 미만인 공사는 평가 대상이 아니다. 이문동 공사 현장은 지하 2층~지상 5층 건물을 짓는 현장으로 일부 면적 깊이가 10m를 넘어 소규모 지하안전평가를 받았음에도 땅꺼짐 사고가 발생했다. 발주처나 시공사들은 예산이나 공기 부족을 이유로 지질 상태나 지반 조사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안전 평가를 거쳤더라도 공기 단축 등을 위해 안전하지 않은 공법으로 변경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안홍섭 군산대 명예교수는 "공사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 지반침하가 생길지를 알 수 있는데 주의를 덜 기울이다 보니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획일적으로 규정하기가 어렵고 지질, 지하수위에 맞는 공법,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경우에는 비용이 상당히 많이 수반된다"며 "지하안전법이 생겨난 이후에 안전 평가 기간만 보통 4~6개월가량 소요되다 보니 지하층을 아예 파지 않고 지상층으로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아스팔트 균열이나 보도가 가라앉거나 틈새가 생기는 전조현상부터 인근 지질이나 지하수 상태를 보면서 판단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면서 "대규모 지하 개발사업이 추진 중인 대도시에서는 다수의 시민이 평소에 이용하는 차도나 인도에서 급작스러운 지반침하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공공의 안전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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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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