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10년 평균 수익률 2%대 그쳐
수익률 제고 위해 도입된 디폴트옵션
원리금보장 쏠림 등으로 유명무실 지적
디폴트옵션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로 제도 개선해야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 퇴직연금 기금화 등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그동안 국민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퇴직연금은 저조한 수익률로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퇴직연금은 10년 평균 수익률이 2.31%에 그친다. 5년 평균 수익률도 2.86%에 그쳐 국민연금 평균 수익률(8.17%)에 크게 뒤진다.
정부는 그동안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했지만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제도다. 2022년 7월 법이 마련돼 2023년 7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디폴트옵션이란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지시를 하지 않아도 일정 시기가 지나면 사전에 지정한 대로 퇴직연금을 금융상품에 자동 투자하는 제도다. 운용되지 못하고 방치된 연금자산을 사전에 설정한 상품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해 수익률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도입 3년이 됐지만 디폴트옵션 제도는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동 운용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지정해야 한다. 또한 디폴트옵션에 원리금보장형 상품이 포함된 것도 저조한 수익률의 원인으로 꼽힌다.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국가 중 원리금보장형을 포함한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실적배당형 상품 위주로 구성된 미국, 영국, 호주 등의 경우 수익률이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다. 미국의 대표적인 퇴직연금인 '401K'나 호주의 '마이슈퍼' 디폴트 옵션의 연평균 수익률은 7%에 달한다.
운용에 대한 결정이 어려운 가입자들은 대부분 안전한 원리금보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40조670억원으로 이 중 88%에 달하는 35조3386억원이 원리금 보장상품인 초저위험 상품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가 디폴트옵션의 도입 취지였지만 대부분의 가입자가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선택하며 취지를 무색게 했다. 지난해 디폴트옵션 상품별 수익률은 고위험상품이 16.8%, 중위험상품이 11.8%, 저위험상품 7.2%였으나 초저위험상품은 3.3%였다. 디폴트옵션 가입자 88%의 수익률이 3%대에 그쳤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디폴트옵션을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호주의 퇴직연금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가입자가 일정 기간 상품을 선택하지 않으면 금융회사가 비원리금보장 상품으로 자동 편입해 운영하게 되며 손실이 발생해도 금융회사에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조항을 만들었다. 덕분에 디폴트옵션이 잘 작동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수익률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무엇보다 가입자들이 디폴트옵션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도입 3년이나 됐지만 디폴트옵션이란 이름 자체도 여전히 생소하다는 가입자들이 많다. 디폴트옵션에 대한 지식 없이 금융회사로부터 디폴트옵션 설정에 관한 메시지를 받았을 때 대다수가 자연스럽게 원리금보장 상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퇴직연금은 안정적인 국민의 노후 보장을 위해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는 제도 개선을 통해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퇴직연금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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