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위 여야 간사 공동발의로 법정단체 추진 급물살
정책건의·윤리징계 권한 등 법적 근거 마련될 듯
플랫폼 업계 "중개 기득권 우려" 견제 시선
전국 10만여명의 공인중개사가 소속된 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의 법정단체 전환을 위한 입법이 여야 합의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법정단체를 추진하는 법안은 2022년 발의됐다가 논란 끝에 폐기된 후 3년 만에 부활했다. 이를 두고 프롭테크(부동산IT업체) 업계는 "중개 생태계의 담합 구조 속에 기술기반 스타트업의 배제가 이뤄질 것"이라며 "독점적 지위만 우선 부여하고 견제 장치는 빠졌다"고 강하게 우려했다.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공인중개사협회의 법정단체 전환 논의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야 간사인 복기왕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권영진 의원(국민의힘)은 공동 발의한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안'은 한공협을 법정단체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2년에도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프롭테크 업계와 학계의 반발로 입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 개정안은 의무 가입 조항과 지도 단속권이 제외되면서 '완화된 버전'으로 재등장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협회는 회원 자격 심사, 윤리 징계, 정책 건의 등 공적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회원 수 기준 국내 최대 법정단체가 된다.
여야 국토위 간사가 공동 발의한 만큼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야의 입법 공조가 극히 드문 상황에서, 10만명이 넘는 공인중개사 조직의 결집력이 정치권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공협은 1983년 설립돼 1999년까지 법정단체로 운영됐으나, 제도 개편으로 임의단체로 전환됐다.
이후 협회는 법정단체 복원을 숙원 과제로 삼아왔다. 김종호 협회장은 최근 두 달간 국토위 의원들과 여러 차례 간담회를 열며 법정단체 전환 필요성을 피력해왔다. 명분 중 하나가 '전세사기 방지'다. 협회 측은 "지방자치단체의 제한된 행정력으로는 복잡한 부동산 거래 피해를 막기 어렵다"며 "법정단체화로 자율 규제·감시 기능을 강화해 안전한 중개 질서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법안 통과는 공인중개사가 전문직으로서 공적 책임을 다하는 계기"라고도 했다.
프롭테크 업계는 이번 개정안이 '표면적으로만 완화된 것'이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조인혜 한국프롭테크포럼 사무처장은 "법정단체가 되는 순간부터 경쟁 협회의 설립은 막히게 되고, 기술기반 스타트업은 기존 중개 생태계의 담합 구조 속에 배제될 수 있다"며 "이미 고소·고발, 공동중개 거부, 플랫폼 협력 중개사에 대한 불이익 등 불공정한 사례가 업계 전반에 비일비재한데, 법정단체가 되면 이런 폐해는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협회가 그간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자정 노력이나 캠페인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법정단체 전환만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전세사기라는 명분을 앞세우지만 실제로는 협회 내부 권한 강화를 위한 로드맵의 일환일 뿐"이라며 "협회의 법정 단체가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에서 시장 경쟁과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견제 장치는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