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투자증권 '상법 개정 이후 시나리오' 보고서
집중투표제, 한국앤컴 등 경영권 분쟁 촉발 가능성
주주 충실 의무, 한화 계열 분리·LS 자회사 상장 영향
'더 세진 상법'으로 자본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DS투자증권은 28일 '상법 개정 이후의 시나리오' 보고서를 통해 파마리서치 분할 철회 사례에서 보듯 상장사 합병·분할에도 영향을 미치는 한편 한국앤컴퍼니 등 2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에서 경영권 분쟁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개정 상법 가운데 '이사의 회사 및 주주 충실 의무'가 지난 15일부터 시행됐다. 사내·사외이사를 포함한 모든 감사위원 선출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을 3%로 제한하고(3%),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는 한편 독립이사 의무 선임비율을 이사 총수 4분의 1에서 3분의 1로 상향하는 내용은 적용이 1년 유예됐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현장병행형 전자주주총회 도입 의무화는 2027년 1월부터 시행된다.
집중투표제를 정관으로 배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집중투표제 의무화)과 분리 선출 감사위원을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늘리는 내용(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그리고 일정 지분율을 넘는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자사주 소각 의무화)은 국회에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3%룰·집중투표제·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논의 중
3%룰이 도입되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은 3%까지만 행사 가능하다. DS투자증권은 국내 24개 지주회사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평균 43.9%로 일반 기업 206개 평균 40.2%보다 높아 지주회사 영향이 더 클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이사를 시차 선임하면서 집중투표제를 무력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총 6명의 이사 임기를 각각 다르게 해서 매년 정기 주총 혹은 6개월마다 임시 주총을 통해 이사를 1명씩만 교체할 경우 주주들은 한 번의 주총에서 단 1명의 이사 후보에게만 표를 집중할 수 있다. 이때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표를 집중할 수 있는 대상이 제한되기 때문에 집중투표제 실효성은 무력화된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감사 분리 선출 확대가 동시에 적용돼야 한다. 기존에 감사위원 가운데 최소 1명만 주총에서 따로 뽑았으나 감사위원 2명 이상 혹은 전원을 주주총회에서 따로 선임해야 한다. 이때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의결권을 3%까지만 행사할 수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신규 매입 자사주 뿐만 아니라 기존 보유 자사주에 대한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을 추가로 할 예정이다. 신규 매입 자사주는 매입 후 6개월, 1년 안에 소각해야 하며, 3% 미만일 경우 기한을 2년으로 연장하는 안도 있다. 국민의 힘에서 절충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분할·합병 기업에 큰 영향…재벌가 분쟁 재현 가능성
분할·합병, 신주발행 등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 상충이 발생하는 경우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국내에서 이같은 행위가 지배주주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되는 반면 소액주주 지배력이 약화하는 데 악용된 사례도 많다.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개정 상법을 위반하지 않고, 분할·합병 등을 하려면 과거와는 달리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신경써야한다. 예를 들어 인적분할을 통한 합병을 하려면 소액주주 주식을 100% 공개매수하거나 미국의 '독립적 의사결정'과 '일반주주 과반찬성 투표' 등 과정을 거쳐야한다.
DS투자증권은 한화 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형제간 계열분리를 위한 인적 분할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화에 대한 삼형제의 지배력을 강화한 후 인적분할을 통해 제조, 금융, 유통의 계열 분리를 시도한다는 것. 이에 계열 분리 전에 한화 소액주주들의 100% 공개 매수 혹은 정당한 보상 요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DS투자증권은 LS 그룹의 경우 다수의 자회사 상장 계획 철회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LS EV코리아, KOC전기, LS이링크, 에식스솔루션즈, 슈페리어에식스 상장 계획이 있었는데, KOC전기는 상장 계획이 유예됐다. SK 그룹도 중복상장 이슈가 불거지자 SK엔무브 상장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SK온, SK에코플랜트 상장 추진 및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이다. 동양생명 인수를 추진 중인 우리금융지주 는 시장가 대비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공개 매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편 집중투표제로 인해 이사 선임시 최대주주 영향력이 축소되는 한편 2대 혹은 3대주주가 소액주주와 손을 잡을 경우 영향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DS투자증권은 "경영권 분쟁이 촉발한 기업들은 해당 법안 통과 시 분쟁 재발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 한국앤컴퍼니 의 경우 조현범 회장의 반대 세력인 조현식과 그의 우호 세력 지분율이 높고, 모든 시나리오 하에서도 조현식 측의 이사 1명 선임은 확실시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한진칼 , LS, 한미사이언스 , 금호석유 등도 분쟁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법제화될 경우 실제 주요 상장 지주회사에서 자사주를 소각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SK는 자사주 소각때 과세 이슈 가 발생해 주의해야한다. SK의 자사주 24.8% 가운데 SK와 SK C&C의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자사주가 15%인데, 분할 후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자사주는 소각할 때 과세 대상이기 때문이다. DS투자증권은 SK가 자사주를 15% 소각할 때 법인세가 최대 5000억원 이상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조시영 기자 ibp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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