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부 장관, 美 상무부 장관 사저에서 이틀 연속 협상
관세·비관세 장벽 문제 모두 올려 협상…농산물도 협상 테이블 올라
트럼프, 정상회담 위해 스코틀랜드로 출국…'톱다운' 방식 협상 가능성 희박
대통령실 "다음 달 1일 이전 상호 호혜적 타결 방안 도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5%의 상호관세를 8월 1일부터 발효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한미 양국이 관세 협상의 종착점을 향해 본격적인 막바지 협상에 돌입했다. 협상단은 이번 주말이 중대 기로가 될 것으로 보고 귀국을 미뤄가면서 총력전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중심으로 지난 24일(현지시간)부터 워싱턴 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연쇄적으로 협상을 진행해왔다. 특히 김 장관은 25일(현지시간)에도 협상의 키를 쥔 러트닉 장관의 뉴욕 사저에서 늦은 밤까지 비공개 협상을 진행했다.
이번 협상에서 양국은 관세·비관세 장벽 문제를 모두 테이블에 올려 협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미국은 자동차, 철강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 조건으로 한국의 대미 투자 확대를 강력히 요구하는 상황이다.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25일 통상대책회의를 마친 이후 브리핑을 통해 "산업부 장관과 러트닉 장관 간 협상에서 우리 측이 제안한 상호호혜적 협상안에 대해 미국이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협상안에 대해서는 미국 측의 반응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당초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상, 안보, 구매, 투자 등 다양한 분야를 연계한 '패키지 딜(package deal)'로 추진했으나, 최근 협상 전략을 다소 수정했다. 미국이 일본과의 협상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관세와 비관세 분야를 개별적으로 집중 공략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지난달 미국은 일본과의 협상에서 5500억 달러(약 758조) 규모의 투자펀드를 확보하는 대신 관세율을 15%까지 낮추는 합의를 도출했다. 우리 정부 또한 일본보다는 적지만 1000억 달러(약 137조원) 규모의 투자펀드를 제안해 협상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농산물 시장 개방 문제는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그간 쌀과 소고기 등 주요 농산물의 시장 개방을 '레드라인'으로 설정하고 있었으나 김 정책실장이 "협상 품목에 농산물이 포함됐다"고 공식 확인하면서 일정 수준의 농산물 개방 가능성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일단 쌀·소고기 등 민감한 품목은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했지만, 협상에 진척이 없을 경우 시장 일부를 더 개방해야 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소고기, 쌀, 감자, 사과 등 주요 농산물 시장이 개방될 경우 국내 농업 부문에 미치는 영향을 작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정가에서 우려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에 대한 논의는 일단 중단했다. 그간 미국이 온플법 추진에 대해 "우리 기업 규제"라며 반대해온 만큼 협상 기간에 미국 정부를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24일(현지시간) 짐 조던 위원장 명의로 한국의 온플법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서한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보내기도 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미국 측 통상에 있어 온플법이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점은 국회도 알고 있다"면서 "정부와 여당이 상시 주요 현안에 대해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분야에 비해 위 안보실장이 이끄는 안보 분야 협상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 확대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정부가 일부 수용을 검토하면서 협상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 실장은 "안보 분야 협의가 다른 분야보다는 좀 더 안정적"이라며 "안보 협상의 긍정적 흐름이 통상 협상에도 선순환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실은 25일에 이어 26일 오후에도 뉴욕에서 진행한 협상의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협상 전략을 마련하는 통상대책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 정책실장과 위 안보실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 협상을 위해 스코틀랜드로 출국함에 따라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의 협상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정부는 이에 따라 8월 1일 관세 발효 전까지 장관급 실무협상을 통한 '바텀업' 방식으로 최종 타결을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김 정책실장은 그간 한미 협상 경과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조선·반도체를 비롯한 전략 제조업 분야에서 상호 협력의 중요성을 재차 확인하고 앞으로 그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기로 했다"며 "다음 달 1일 이전 상호 호혜적 타결 방안 도출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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