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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금융권 겨눈 3개의 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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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금융권 겨눈 3개의 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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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칼럼(본지 7월4일자, 금융사 ‘책무구조도’)에 이어 또 생소한 단어를 얘기해 보려 한다. 워낙 말이 어려워 애써 외면했지만 금융사 여기저기에서 하소연이 쏟아져서다.


‘편면적(片面的) 구속력’(One-sided Binding Force) 제도 얘기다. 소비자와 금융사 간 소액 금융분쟁에서 소비자들만 동의하면 금융감독원 산하 기구인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중재 결정을 금융사가 추가 소송 없이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한 제도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고, 국정기획위원회가 국정과제로 반영해 도입을 추진 중이다. 법 개정이 필요한 작업이다.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제39조 조정의 효력)은 “양 당사자가 제36조5항에 따른 조정안을 수락한 경우 해당 조정안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이달 초 만난 A증권사 B임원은 평소 과묵하다. 일 얘기도 잘 안 한다. 그러던 그가 ‘편면적 구속력’을 언급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제도입니다. 아무리 소액 금융분쟁이라고 하지만 분조위 결정을 무조건 따르라니요. 이건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평소와 달리 흥분하기에 오버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흘 뒤 만난 C증권사 D대표도 ‘편면적 구속력’ 제도를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그는 “편면적 구속력 제도는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고, 금융사들의 경영에도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걱정했다.

다급한 금융사들을 외면한 채 ‘편면적 구속력’이라는 화살은 활 시위에 겨눠져 있다. 이미 소액 금융분쟁의 기준이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단계다. 당초 ‘2000만원 이하’(금융감독원 전체 분쟁조정 사건의 80% 이상이 2000만원 이하인 점 고려)가 유력하게 거론되다가 현재는 ‘1000만원 이하’(금융사의 배상 부담 고려)가 힘을 얻는 분위기다.


금융권 중에서도 증권·보험업계가 더 다급하다. 업종 특성상 소액 금융분쟁이 빈번해서다. 게다가 소액 금융분쟁이라고 하지만, 한 상품에 대해 중재 결정이 적용될 경우 이 상품에 가입한 모든 고객에게 중재안을 적용해야 한다. 배상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D대표가 경영 타격을 걱정한 이유다. 일부 블랙 컨슈머(Black Consummer, 악성 민원인)들의 조정신청 남발도 우려된다.


전 세계적으로 영국, 독일, 호주, 일본 정도만 ‘편면적 구속력’ 제도를 도입했다. 우리도 강행한다면 영국(금융사가 이의 제기 가능), 일본(금융사가 1개월 이내 소 제기 시 효력 소멸)처럼 금융사 대응을 원천봉쇄하지 않고 열어두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이러려면 금융사들도 불완전 판매 등 분쟁의 빌미를 사전에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 주장의 설득력을 높여야 한다.


지금 금융권은 3개의 화살에 노출돼 있다. 상법 개정, 책무구조도 도입, 그리고 편면적 구속력 제도다. 3개 화살 모두 금융사 경영에 만만치 않은 부담 요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실용적 시장주의’를 천명했다. 기업(금융사)에 힘 실어 주겠다는 얘기일 텐데, 현장(시장)에서는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우측 깜빡이, 좌측 진행’은 곧 교통 체증(시장 혼란)이다.





김필수 경제금융매니징에디터 pils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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