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광복 80주년 특별전
'두 발로 세계를 제패하다' 展
우승 기념품 '청동투구' 등 18점 전시
희망도 꿈도 없는 길고 긴 암흑의 터널 속에서 마라톤은 조선인에게 단비와 같은 희망을 선사했다. 식민 치하에서 조선인 신분으로 시상대에 오를 수 없었으나 손 선수는 기회가 닿는 대로 세계인에 'KOREA'를 알렸다. 그런 여정을 조망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기증 1실에서 열리는 특별전 '두 발로 세계를 제패하다' 전시관 내부 전경.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하고 받은 월계수와 청동투구, 상패가 전시돼 있다. 서믿음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은 25일부터 광복 80주년 특별전 '두 발로 세계를 제패하다'를 상설전시관 기증 1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은 손기정(1912~2002) 선수가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한 발자취를 조명하는 전시로 기획됐다. 1936년8월9일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을 획득했고, 이후에는 마라톤 지도자로 금메달리스트를 육성했다. 그가 지도한 서윤복(1923~2017)과 함기용(1930~2022) 각각 1947년과 1950년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우승을 거둬 세계를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1947년 백범 김구(1876~1949) 선생이 서윤복의 보스턴 마라톤 우승을 축하하며 '족패천하'(足覇天下)는란 휘호를 써줬는데, 이번 전시 제목 '두 발로 세계를 제패하다'는 이를 인용한 것이다. 해당 경기에선 2위(송길윤 선수), 3위(최윤칠 선수) 모두 제패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번 전시는 기존에 전시된 손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우승 부상품 '청동투구'를 비롯해 '금메달' '월계관' '우승상장' 등 18건의 전시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청동투구는 1994년 손 선수가 "나만의 것이 아닌 우리 민족의 것"이라며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그 외 전시품은 손기정기념관 등에 전시된 것을 전시를 위해 옮겨왔다.
손 선수는 올림픽 시상대에 일장기를 달고 올라갔으나, 기회가 될 때마다 자신이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임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사인할 때는 한글로 '손긔정'이라고 적어줬는데, 우승 직후인 1936년8월15일 'Korean 손긔정'이라고 적은 엽서 실물이 이번에 공개된다.
이번 전시에선 손 선수의 여정을 AI 기술로 재현한 영상도 만나볼 수 있다. 1936년 일장기를 달고 뛰어야 했던 청년 시절 모습부터, 1947년과 1950년 'KOREA'의 이름으로 세계를 제패한 그의 제자들의 모습 그리고 1988년 서울 올림픽 성화 봉송주자로 나선 노년의 모습까지 생생하게 재현한다. 전시는 오는 12월28일까지 열린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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