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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고수익, 안 좋은 일" 대놓고 조직원 뽑는 보이스피싱

ChatGP 4o로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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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구인구직 사이트에 직원 모집 활개


'해외 고수익 알바 구인. 안 좋은 일 맞음. 돈 벌겠다는 목적만 있으면 됨.'


지난 21일 해외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광고문 내용이다. 베트남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조직 측은 "한 달 평균 2000만원, 잘하면 6000만원까지 가능하다"며 고수익을 미끼로 유혹했다. 이어 "매뉴얼대로 하면 안전은 1만% 보장된다"고도 했다.


보이스피싱 범죄 규모가 커지면서 고수익 알바를 빙자해 범죄에 가담할 직원들을 모집하는 글들이 우후죽순 올라오고 있다. 취업난에 지친 청년층이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中·태국 등 숙소 제공에 한달 평균 2000만원 잘하면 6000만원까지 고수익 미끼로 유혹
中·태국 등 숙소 제공에
한달 평균 2000만원
잘하면 6000만원까지
고수익 미끼로 유혹
범죄 규모 커지며
인력 확보 '복지 경쟁'
"1인1실 호텔 생활
3개월 근무땐 콘도"
대부분 청년층이 가담
미필적 고의 인정
검거 후 취업사기 호소해도
구제받기 어려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포털사이트에 '해외 고수익 알바' '해외 텔레마케팅(TM)' 등을 검색한 결과 수많은 채용 공고가 노출됐다. 한 재일 커뮤니티의 구인구직 게시판에는 이달 들어서만 수백 개의 공고가 올라왔다. 대부분이 중국,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지에서 숙소를 제공하며 월 1000만원 이상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채용공고는 상당수가 보이스피싱 조직원 모집 게시글들이다. 베트남 호찌민을 거점으로 두고 활동하는 보이스피싱 팀장급 인물 A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뉴스에 나오는 일들을 하게 된다"고 했다. 보이스피싱 업무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태국 소재 조직의 인력 모집책 B씨는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 하나면 된다"며 "워킹홀리데이처럼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여가생활을 즐긴다는 마음을 갖고 오면 된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8545억원으로 전년(4472억원) 대비 91% 증가했다. 역대 최고치다. 같은 기간 발생 건수는 1만8902건에서 2만839건으로 늘었다. 보이스피싱 규모가 커지다 보니 인력 확보를 위한 '복지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 보이스피싱 단체 관계자는 "1인 1실 호텔에서 생활할 수 있고, 3개월 이상 근무하면 콘도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보이스피싱 조직원 모집 공고. 온라인 커뮤니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보이스피싱 조직원 모집 공고.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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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고수익 알바' 공고를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한 이들은 대부분 청년층이다. 실제로 최근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이 검거한 캄보디아 소재 '한야' 콜센터 단체의 '로맨스팀'의 경우 팀원 11명 모두가 20~30대였다.


문제는 분업화·익명화된 구조로 운영되는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젊은 인력들은 '꼬리 자르기' 대상으로 전락하기 쉽다는 점이다. 검거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검거된 후 취업사기를 호소해도 구제받기는 어렵다. 검찰 관계자는 "요즘 보이스피싱 조직은 소위 '충성도 있는 인력'을 선별하기 위해 아예 모집 단계에서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포털사이트나 해외 취업 게시판에 올라오는 무분별한 알바·채용 공고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과 상시 모니터링 체계가 시급하다"며 "고수익에 혹해 범행에 가담한 청년층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 처벌 수위가 결코 가볍지 않은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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