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수문도 못 열고 피해 커져" 주민 분통…여행사 선정도 특혜 의혹
충남 공주시 이통장들이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피해가 속출하던 기간에 필리핀으로 해외연수를 떠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있다.
또 일부 이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마을 수문을 제때 열지 못해 침수 피해가 커졌다는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24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공주시 모범 이통장 31명과 공무원 2명 등 총 33명은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필리핀 클락으로 3박 5일간 국외연수를 다녀왔다. 총 경비는 약 4300만 원으로, 1인당 평균 시 지원금은 91만 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이 떠난 18일을 전후해 공주시에는 시간당 100mm 안팎의 폭우가 쏟아졌고, 농경지와 주택이 침수되며 피해가 잇따랐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수문을 적시에 열지 못해 침수 피해가 확대됐는데, 수문 관리 책임자인 마을 이장이 자리를 비운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협의회 측은 "이장이 떠나기 전 수문 관리를 마을 총무에게 위임했다"고 밝혔지만, 총무가 관련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해 늦장 대응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로 인해 복구 작업도 지연돼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된 상황이다.
공주시 관계자는 "집중호우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일정 변경도 검토했지만, 항공권과 숙소 위약금 문제로 연수를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 주민은 "폭우가 쏟아지는 시기에 이장들이 단체로 해외에 나갔다는 게 말이 되냐"며 "위약금이 문제가 아니라 주민 피해를 먼저 고려했어야 한다"고 분노했다.
이밖에도 해외연수를 주관한 여행사 선정 방식도 논란이다.
공주시와 협의회는 통상 복수의 지역 업체에 제안요청서를 보내고 심사를 거쳐 업체를 선정했지만, 이번엔 특정 여행사 한 곳만 제안서를 제출한 '단독 응모' 방식으로 진행돼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지역의 한 여행사 대표는 "관련 제안 요청 자체를 받지 못했다"며 "시민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에서 특정 업체에만 기회를 준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협의회 측은 "이번 연수는 관광이 아니라 필리핀 딸락주와의 밤 수출 교류를 위한 것이며, 해당 업체는 관련 경험이 풍부해 선정했다"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지난해에는 복수의 지역 업체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선정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논산시와 부여군은 국외연수를 전면 중단하거나 수년째 시행하지 않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논산시는 민선 8기 이후 이통장 해외연수를 전면 폐지했고, 부여군도 최근 잇따른 자연재해를 이유로 관련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충청취재본부 이병렬 기자 lby44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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