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주교단이 최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국회에 대표 발의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입법 추진을 반대하고 나섰다.
천주교 주교단은 23일 성명서를 내어 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 제10조가 명시한 인간으로서 가지는 존엄과 생명의 권리, 그리고 국가의 보호 의무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주교단은 먼저 "법안은 기존의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을 '인공 임신 중지'로 변경해 낙태 행위를 더욱 중립적 용어로 재정의하려 하고 있다"면서 "'중절' 대신 '중지'라는 중립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생명의 본질을 모호하게 만들고, 생명 가치를 희석해 낙태 행위에 대한 윤리적 인식을 흐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 "언어의 수사적 전환을 통해 낙태 행위를 생명을 '종결하는 선택'이 아닌 '치료적 결정'으로 인식하게 만들며, 생명을 제거하는 중대한 행위를 일상적 의료 행위로 전락시키는 위험한 문화적 전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교단은 이어 "법안대로 낙태를 수술뿐 아니라 약물적 방법까지 포괄해 모든 방식의 낙태를 제도화한다면, 실제 낙태 건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여성의 신체적 심리적 건강을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행위에 대해서 건강 보험 급여를 적용함으로써, 국가가 공적 재정을 통해 낙태 시술을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하려는 시도"라면서 "이는 생명권에 대한 국가의 보호 의무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조치로서, 낙태를 단순한 의료적 선택으로 통념화하고, 결국 생명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무너뜨릴 우려가 매우 크다"고 했다.
주교단은 "국가 권력이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권리를 동시에 존중하고 보호하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면서 "저출산 시대에 여성이 안심하고 임신하고 출산할 수 있는 정책과 입법 활동, 낙태의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한 다양한 상담 지원, 환자와 의사의 양심적인 낙태 거부 권리의 인정, 사회 문화를 개선하는 활동, 사회 복지의 지원 활동 등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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