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대적 조세지출 정비 예고했지만
세액공제한도 설정은 논의 안 해
정부가 올해 일몰 예정인 조세지출(세금감면·비과세) 항목에 대한 대대적 정비를 예고한 가운데, 연봉이 1억원을 넘어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숨은 면세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입 기반 확충을 위해 법인세 인상을 포함해 대대적인 증세 작업에 착수한 정부가 공제제도 전반의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24일 국세청 국세총계연보 연도별 자료에 따르면, 연봉이 1억원 초과지만 소득세를 내지 않는 고소득 면세자가 2023년 기준 149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53명)을 기점으로 약 27배 늘어난 수치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1억7971만원으로, 각종 공제제도를 활용해 실질 세부담을 제로화한 것으로 보인다.
연봉 1억 초과해도 세금 안 내는 면제자 1496명
2014년을 기점으로 소득공제 종합한도 초과제도가 사실상 무력화된 데 있다는 분석이 있다. 채은동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근로소득세 과세 합리화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2014년 교육비, 의료비, 기부금 등 주요 소득공제 항목이 대거 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제도의 실효성이 사라졌고, 그 여파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고소득자의 합리적 절세가 중·저소득층의 납세 의욕을 떨어뜨리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고소득자의 과도한 절세를 막기 위해 2013년부터 '소득공제 종합한도 초과제도'를 도입했다. 주택자금, 신용카드 사용액, 우리사주조합 출연금 등 다양한 공제 항목을 연간 최대 2500만원까지만 인정하고, 초과분은 과세표준에 넣어 더 이상 공제하지 않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교육비 등 핵심 공제 항목들이 세액공제로 전환됐다. 그 결과 연봉 1억원을 초과하면서도 소득공제와 함께 세액공제를 함께 적용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는 고소득 면세자가 2013년 53명에서 2014년 1441명으로 급증했으며, 2023년까지도 1496명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외국에 납부한 소득세를 공제해주는 외국 납부 세액공제제도 등도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세액공제도 상한제 도입해야
이에 따라 소득공제처럼 세액공제에도 한도를 두는 '세액공제 종합한도 초과제도' 신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세액공제 또한 한도를 설정하고 보험료 공제와 의료비 공제, 기부금 공제 등을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채 연구위원은 소득공제 한도 2500만원의 10분의 1 수준인 250만원의 한도로 우선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고 봤다. 채 연구위원 분석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연봉 10억원 초과 소득자의 특별세액공제 평균은 619만원에 달한다.
정부는 현재 연간 78조원에 달하는 조세지출 구조를 전면 재점검하고 있다. 조세지출은 면제하거나(비과세) 깎아주는(감면) 방식으로 세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으로, 각종 소득공제, 세액공제, 우대세율도 조세지출에 해당한다. 정부는 우선 올해 말 일몰 예정인 조세특례 항목(65건)을 중심으로 정비를 예고한 상태다. 다만 소득·세액공제의 상한제를 개편하는 방안은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않은 상태다. 기획재정부는 세법개정안 등에서 해당 내용을 검토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소득공제와 세액공제가 다수의 근로소득자에게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제도인 만큼 세액공제 한도 신설을 당장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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