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지난 22일부터 폐지됐다. 오는 25일 출시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Z 플립7 가격을 확인해보니 이동통신사의 공식 온라인몰에서는 80만원, 일부 휴대폰 판매점에서는 10만원에 각각 구입할 수 있었다. 같은 가입 유형(번호이동)에 같은 요금제 사용, 2년이라는 약정기간까지 동일한 조건이지만 어디서 구입했는지에 따라 단말기 값 차이는 무려 70만원에 달했다.
이통사들의 공식 온라인몰과 이른바 '성지'로 불리는 휴대폰 판매점 사이의 가격 차이 역시 커졌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지원금 정보를 공개해 둔 온라인몰의 추가지원금은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소비자가 발품을 팔아 정보를 찾아봐야 하는 성지 판매점은 추가지원금의 규모가 크다. 달라진 게 있다는 성지 매장의 추가지원금이 불법에서 합법이 됐다는 점이다. 발품을 팔아 정보력을 갖춘다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휴대전화를 장만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돌이켜보면 단통법이 생겨난 건 정보 습득력의 차이에 따른 가격 차별을 막아보자는 취지가 컸다. 하지만 단통법에서 지원금 상한을 일괄적으로 정해버린 탓에 모든 소비자들은 소위 '정가'에 살 수 있었지만 휴대폰 가격이 비싸지면서 구매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이 생겼다. 또 몇몇 판매점들이 공공연하게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가격 차별을 막아보겠다는 본래의 입법 목적 역시 달성하지 못했다.
단통법이 사라지면서 문제는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디지털 취약 계층이 다시 차별받을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디지털이 서툰 노년층은 판매점 가격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가격 정보를 확인하는 일도, 판매점에서 휴대폰 계약 조건을 일일이 확인하는 일도 큰 장벽으로 느껴진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단통법 폐지에 따른 후속 대책으로 추가지원금 정보를 모든 소비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단통법 폐지 사흘째를 맞은 지금, 이동통신사의 공식 온라인몰을 제외하면 추가지원금 정보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해둔 곳은 없다. 정보 습득력에 따라 휴대폰 구매 가격이 천차만별인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다.
해킹사태를 겪은 SK텔레콤의 위약금 면제 결정, 단통법 폐지 등으로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이 유례없이 치열해졌다. 하지만 업체간 자율경쟁에 따른 소비자 혜택이 정보를 꿰고 있는 일부 소비자에게만 돌아간다면 경쟁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지원금 정보의 투명한 공개로 모든 소비자에게 과실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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