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 소득별 색상 달리해 지급한 광주시
차별 논란에 '스티커 부착' 조치…공무원 투입
"잘못은 시장이, 설거지는 공무원이" 반발
소득수준별 소비쿠폰 현물 카드 색상을 달리해 물의를 빚은 광주시가 '차별 시정'을 위한 밤샘 작업에 들어갔다. 동원된 공무원 일부는 수해 등 긴급재난 비상근무 대기와 뒤이은 복구작업에 이어 밤샘까지 하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23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저녁 9시부터 약 400명의 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이 현물 카드 색상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 색상과 금액을 스티커로 지워 구분하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보완책이다.
앞서 광주시는 민생 회복 소비쿠폰 현물 카드 18만원(상위 10%+일반인)권은 분홍색, 33만원(차상위+한부모가족)권은 연두색, 43만원(기초생활수급자)권은 남색으로 제작해 논란이 됐다. 지급받은 카드 색상만으로 사용자의 경제적 여건이나 개인정보를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소비쿠폰 발급 현장의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급되는 카드 색상을 달리했다"는 입장이지만 인권 감수성이 떨어지는 편의주의적 행정이라는 지적이 잇달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인권 감수성이 부족하다며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이에 광주시는 뒤늦게 카드에 스티커를 붙여 색상을 가리겠다는 대책을 내놓고 저녁 6시께 직원들에게 빨간색 스티커를 배부할 테니 대기하도록 지시했다. 직원들은 최근 수해 복구, 소비쿠폰 지급 등으로 늘어난 업무량에 다른 지자체에서는 하지 않아도 될 밤샘 작업에까지 동원됐다며 내부 게시판 등에 불만을 터뜨렸다.
행정전산망 '새올' 내부 게시판에는 "시청에서 잘못했으면 시청에서 해야지 왜 동에서 하느냐" "잘못은 시장이 하고 설거지는 공무원이 한다" "붙이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등 비판적인 글이 이어졌다. 한 공무원은 "폭염·폭우 등 자연재난 상황에서 전 직원대기, 수해복구 작업 투입,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업무에 야근·초과근무 상한은 안 풀리느냐. 시간 외 근무가 너무 많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공무원노조는 24일 비판 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다. 백성동 전국공무원노조 광주지역본부장은 "안 그래도 수해 때문에 직원들이 피로를 호소하는 상황을 알면서도 퇴근을 미루고 밤샘 작업을 지시한 것은 부당하다"며 "노조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직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주재희 광주시 경제창업국장은 "인권을 시정 최우선 가치로 삼는 광주시 위상을 훼손하고 시와 자치구 공직자들에게 부담을 가중하게 돼 깊은 사과를 드린다"며 "앞으로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스스로 점검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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