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까지 찬 물에도 아랑곳없이 백년가약 맺어
"우리가 함께한 첫번째 시련일 뿐" 소감 전해
태풍으로 침수된 성당 안, 하객들까지 맨발로 입장한 가운데 예정대로 치러진 결혼식이 필리핀 전역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은 필리핀 북부 말롤로스시의 한 예비부부가 집중호우 속 물바다가 바라소아인 성당서 특별한 결혼식이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날은 태풍 '위파'의 영향으로 필리핀 곳곳엔 강한 비가 쏟아져, 홍수가 발생한 상황이었다. 유서 깊은 성당도 피해를 보았지만, 두 사람은 "결혼이란 본래 시련을 동반하는 것"이라며 예정대로 식을 치렀다. 제이드 릭 베르딜로와 자메이카 아길라르는 침수된 성당 바닥을 그대로 밟고 결혼식을 올렸다.
신랑은 필리핀의 전통 예복 '바롱 타갈로그'를 입고 성당 제단 앞에 섰다. 신랑과 신부, 두 사람 모두 구두를 벗은 채 맨발로 '버진로드'를 걸어 평생을 함께할 것을 약속했다. 축하를 위해 참석한 하객 또한 신발을 벗고 맨발로 성당 안으로 들어섰다. 신부는 흰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물에 잠긴 통로를 걸었다. 웨딩드레스 자락은 흙탕물로 인해 거멓게 물들었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무릎까지 차오른 물살을 가르며 제단으로 나아갔다. 두 사람이 입을 맞추는 순간, 물속에 서 있던 하객들은 박수와 환호로 이들을 축하했다. 결혼식에 참석한 한 하객은 "홍수에도 불구하고 결혼식이 치러진 건 사랑이 승리한 것이다"며 "정말 특별한 결혼식이다"고 말했다.
그렇게 10년간에 열애 끝에 이들은 부부의 연을 맺었다. 신부 아길라르는 "결혼은 모든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신랑 베르딜로는 "오늘을 포기하면 더 큰 희생이 따를 것 같았다"며 "그래서 용기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건 우리가 함께 극복한 첫 번째 시련일 뿐"이라며 앞으로의 결혼 생활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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