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 만들고 남은 부산물, 탈지유
마땅한 처리 방법 없자 과자로 개발
지역 경제 살리고 일자리 창출도
최근 일본 MZ 세대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과자가 있다. 상품 이름은 '바타노이토코(バタ一のいとこ)', 직역하면 '버터의 사촌'이다. 이 과자의 핵심 원료는 버터를 만들고 남은 액체, 즉 '탈지유'다. 농가에서 버터를 만든 뒤 폐기되던 대량의 탈지유를 재활용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만들어진 새로운 과자로, 버터와 비슷한 맛이 나지만 진짜 버터는 아니기에 버터의 사촌인 셈이다.
버터 만들고 남은 액체, 과자로 탈바꿈
바타노이토코는 일본 도치기현 나스 지방에 거주하는 사업가 미야모토 고이치씨가 현지 유명 레스토랑 '차우스(Chus)'와 손잡고 개발했다. 독특한 이름과 달리 과자의 모양은 평범한 와플에 가깝다. 두 겹의 바삭한 와플 피를 겹쳐 만든 형태로, 안에는 달콤하고 진득한 잼 필링이 들었다. 최근 들어 선택 가능한 필링 종류도 늘고 있다. 우유맛, 초코맛, 소금 캐러멜맛, 앙버터와 홋카이도산 팥, 블루베리, 바나나맛 등을 골라 주문할 수 있다.
바타노이토코는 큼지막한 와플 과자 2개를 포장해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며, 가격은 1700엔(약 1만6000원)대다. 버터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을 원료로 삼은 만큼, 과자를 만들고 남은 부스러기(러스크)도 작은 플라스틱 통에 밀봉해 함께 제공한다. 이 부스러기는 제품 모양을 만들기 위해 잘라낸 와플 끄트머리만 모은 것인데, 제조사 측은 "바타노이토코를 만들 때 나오는 모든 부분을 담아냈다"며 "은혜를 남김없이 맛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적자 보고 팔거나 폐기하던 탈지유, 이제 지역 경제 1등 공신
바타노이토코는 일본 MZ 세대 사이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처음에는 나스의 지역 상품으로 온라인 배송만 제공했으나, 2021년 12월 홋카이도에 오프라인 1호점 매장을 낸 뒤 현재는 일본 전역으로 확대됐다.
인기의 비결은 '지속 가능성'에 있다. 나스는 낙농업이 발달한 곳으로, 오늘날 홋카이도에 이어 일본 2위의 생우유 생산량을 보유했다. 우유를 이용한 수많은 가공 제품도 나스에서 제조되는데, 특히 치즈와 버터, 크림 품질은 둘째가면 서러울 정도다.
그러나 나스의 낙농업이 확장할수록 고민도 늘었다. 치즈나 버터, 크림을 만들고 남은 부산물인 탈지유 처리 문제다. 치즈나 버터는 우유에 함유된 풍부한 지방을 모아 고체 형태로 만든 식품이다. 치즈, 버터 등을 만들고 남은 우유는 지방이 거의 남지 않은 희끄무레한 액체가 되는데, 이 상태의 액체를 탈지유라고 칭한다.
탈지유는 일반 우유 특유의 풍미는 없으나, 유당의 은은한 맛은 아직 남아있기에 서양권에선 요리 재료로 즐겨 쓰이며, '스킴밀크', '버터밀크'라는 상품으로 따로 포장돼 판매된다. 하지만 무지방 우유 수요가 높지 않은 일본에선 대량으로 쏟아지는 탈지유를 처리할 마땅한 방안이 없었다. 적자를 보며 헐값에 팔아넘기거나 폐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바타노이토코가 인기를 얻은 뒤로는 탈지유 판매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응원 소비'의 형태…"풀뿌리 사업을 만들어냈다"

버터 제조 후 남은 탈지유가 바타노이토코의 핵심 원료다. 탈지유는 서양에선 요리 재료로 흔히 쓰이지만,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선 생소한 탓에 판매나 처리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바타노이토코의 인기 비결은 '가치있는 소비'다. 이와 관련해 바타노이토코 제과점 창업자 미야모토씨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고방식을 전하는 소비, 응원하는 소비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바타노이토코를 구입하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는 나스와 인근 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산업 폐기물 재활용과 환경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 바타노이토코는 지방 농부들의 농산물 판매도 촉진한다. 앙버터 바타노이토코의 버터는 나스 농가에서 공수했으며, 앙금도 홋카이도에서 재배한 유기농 팥만 사용한다. 과자 주문이 곧 지역 경제와 농민 돕기로 이어지는 셈이다. 미야모토씨는 "(바타노이토코를 개발할 때) 처음부터 원대한 목표를 설정했던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낙농가의 농민들과 자발적인 협력을 통해 풀뿌리 사업, 바텀 업(Bottom-up) 상품을 만들어냈다"며 "이 과자는 팔릴 때마다 지역민, 소비자 모두를 기쁘게 한다"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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