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게이트' 정치공작으로 규정
'쿠데타' 배후로 오바마 지목
"관심 분산시키려는 시도"
최근 '엡스타인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쿠데타'의 핵심 배후로 지목했다. 무대응으로 일관해 온 오바마 전 대통령도 이례적으로 비판 성명을 내고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기자들의 엡스타인 관련 질문에 "마녀사냥"이라고 일축하면서 돌연 오바마 전 대통령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지난 18일 발표 내용을 근거로 "이는 반박 불가능한 증거"라면서 "오바마가 반역을 저질렀고, 쿠데타를 시도하려 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앞서 개버드 국장은 오바마 행정부 인사들이 러시아가 2016년 미 대선에 개입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정보를 조작했다면서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사무실의 패트릭 로덴부쉬 대변인은 언론에 보낸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개버드 국가정보국장이 제기한) 이 괴상한 의혹은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힘없는 시도"라며 "어처구니가 없다"고 반박했다. 성명은 이어 "공개된 자료 중 어떤 것도 '러시아가 2016년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노력했으나 투표를 조작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널리 수용된 결론을 약화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연방 상원의 초당적 위원회와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7년 보고서를 내면서 2016년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할 의향을 가졌다고 결론지었다. 2년 후인 2019년 로버트 뮬러 당시 특별검사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나 캠프가 러시아 측과 조율하거나 공모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지었다.
미국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1월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에도 오바마 전 대통령을 자주 비판해왔지만, 이번처럼 범죄 혐의까지 거론하며 수위를 높인 것은 처음"이라고 짚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성범죄를 저지른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접대 리스트' 관련 논란으로 정치적 리스크를 안게 됐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엡스타인에게 외설스러운 편지를 보낸 사실을 보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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