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첫 보건복지부 수장으로 정은경 장관이 취임하자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 안팎에선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 장관이 의사 출신 행정관료라는 점에서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격화된 의정 갈등을 해소하고 무너진 의료체계를 복원할 적임자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간 수련 복귀를 타진해 온 사직 전공의들이 가장 먼저 의료 사태 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제안하고 나섰다. 의료계 출신 장관을 통해 1년6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의료 사태를 매듭짓겠다는 현 정부의 전략이 의도대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조만간 내후년 의대 정원을 논의할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가 가동되고,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인력양성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 장관이 취임했다고 해서 이미 망가진 의료시스템이 하루아침에 정상화되리라 기대하긴 어렵다. 정 장관 스스로가 말했듯 의대생이나 전공의에게만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는 국민 여론을 설득하고 국민 눈높이에서 신속하게 정상화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찾는 일부터가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더 중요한 건 복지부가 의료(보건)만 담당하는 부처가 아니라는 점이다. 건강보험 재정부터 돌봄, 국민·기초연금, 위기가구 발굴·지원, 장애인 정책까지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복지 분야가 예산이나 인력구성 면에서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산적한 현안 속에서 의약품 규제 개선, K바이오·백신 펀드 투자 확대 등 미래 보건복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전 정부에서 출범한 '국가 바이오위원회'와 같은 거버넌스를 어떻게 유지해 나갈지도 고민해야 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發) 관세 전쟁이 우리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에 가할 타격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려운 지금의 형국에선 주무 부처가 중심이 되는 대응 전략의 중요도가 그 어느 때보다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8일 인사청문회에서 정 장관은 "어려운 분들이 따뜻하게 보호받고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복지부가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전 정권의 정책 실패를 빠르게 수습할 임무가 주어졌다지만 의정 갈등은 보건 정책의 일부분일 뿐이다. 복지부 장관의 역할 또한 단순히 갈등 조정자, 중재자에 그쳐선 안 된다. 정 장관이 의료 현장 전반을 재정비해 '진짜 의료개혁'을 이루고 국민의 삶을 이롭게 하는 복지 정책, 나아가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할 제약·바이오 정책까지 정밀하게 설계하는 폭넓은 혜안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조인경 바이오중기벤처부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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