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총기 사건 유족 "며느리·손주도 살해 시도…2차 피해 우려 신상 공개 반대"

"지인에게도 방아쇠 당겼지만 불발"
"이혼에 따른 가정 불화, 범행 동기 아냐"

21일 인천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가족을 숨지게 한 피의자의 주거지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인천 송도에서 직접 만든 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60대 A씨가 며느리와 손자들까지 살해하려 했다는 유가족 주장이 나왔다. 또 유족들은 이혼에 따른 가정불화는 살해 동기가 아니며,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신상 공개를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22일 인천 총기 사고 유가족 측은 입장문을 통해 "피의자에게는 참작할 만한 그 어떤 범행 동기도 있을 수 없다"라며 "피의자가 주도면밀하게 계획하고 아무런 잘못이 없는 피해자를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라고 전했다.

유족들은 "피의자가 25년 전 잘못으로 피해자 모친과 이혼했으나, 피해자에게 알리지 않으며 피해자가 혼인할 때까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헌신했다"라며 "8년 전 피해자에게 이혼 사실을 알렸으나 피의자가 알면 상처받을 것을 우려해 피해자 역시 이를 숨겨왔다"라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는 사건 당일 '어머니가 회사 일로 생일잔치에 함께하지 못한다'고 피의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라며 "피의자를 위해 피해자가 이혼 사실을 알고 있다는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으므로, 피의자가 '이혼에 의한 가정불화'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은 전혀 근거 없다"라고 주장했다.

사건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도 언급했다. 유족들은 "피의자는 피해자에 더해 그 자리에 있던 며느리와 손주들까지 모두 살해하려고 했다"라며 "피의자는 생일파티를 마치고 함께 케이크를 먹던 중 편의점에 잠시 다녀온다고 하고는 총기가 있는 가방을 들고 올라와 피해자를 향해 두 발의 총을 발사했고, 피해자의 지인에게도 방아쇠를 당겼으나 불발됐다"라고 전했다.

유족 측은 "며느리가 아이들이 숨어있는 방문을 잠그자 여러 차례 개문을 시도하며 나오라고 위협했으나 개문에는 실패했다"라며 "피의자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살인을 계획하고 이를 실행했으나 총기의 문제로 미수에 그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범행의 진상을 알리기 위해 대리인을 선임했으며, 추가 조사에도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유족들이 더 이상 근거 없는 추측으로 고통받고,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이 왜곡되지 않도록 사건 사고와 관련된 보도를 자제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라고 전했다.

박지수 인턴기자 parkjisu09@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