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사건 처리 312일… ‘보완수사권 폐지’ 땐 더 늘어난다
수사권 조정 이후 2.2배 늘어
경찰 수사 오류 바로잡지 못할 우려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발의한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은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검찰이 가지고 있는 권한을 사실상 없애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다만 수사권을 넘겨받은 경찰의 수사를 통제할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탓에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우려도 나오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부·여당이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허용할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개혁 방향이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포함한 전면적인 수사권 배제로 결론 날 경우 '수사 지연' 문제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당이 발의한 검찰개혁 4법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뿐만 아니라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권 등 수사권 일체를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앞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서 보완 수사제도(직접 보완 수사·보완 수사 요구)가 도입됐는데, 검사가 수사기관에 보완 수사만 요구할 수 있고 직접 보완 수사는 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게 여당의 구상이다.
검찰 보완 수사권 폐지…"수사 지연 문제 극도로 심화할 것"
우선 검찰의 보완 수사권이 폐지될 경우 수사 기간이 지금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인권 침해 요소가 다분한 수사가 지연되면, 범죄 피해를 복구하는 것도 적시에 이뤄질 수 없게 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접수부터 보완 수사 요구 등을 거쳐 검찰의 최종 처분에 이르는 형사 사건 처리 기간(24년 312.7일)이 수사권 조정 이전(20년 142.1일)과 비교해 2.2배가량 증가했다. 이미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형사사건 처리 기간이 대폭 늘어난 상황에서 검찰이 직접 보완 수사를 하지 않고 경찰에 보완 수사만을 요구할 수 있게 되면 사건처리 지연이 극도로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 재경지검의 차장검사는 "만약 보완 수사권까지 폐지될 경우 검사의 보완 수사 요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소위 '핑퐁' 현상으로 사건처리 지연이 극도로 심화될 수 있다"고 했다.
"'JMS 교주 성폭행' 등 사건 전모 밝히기 어려워"
검찰의 보완 수사로 사건의 실체를 밝혀낼 기회가 상실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수사에 의문이 있더라도 검찰이 사건 관계자의 진술을 듣거나 증거를 수집하지 못한다면 경찰 수사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경찰 송치사건을 검찰에서 직접 보완 수사해 '혐의없음'으로 처분한 사건이 1만건이 넘고, 검사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해 직접 보완 수사 또는 사법 통제로 기소한 사건이 1000여건에 달한다"며 "피의자가 경찰 단계에서 억울하게 구속됐음에도 검사가 직접 조사하거나 관련 자료를 수집할 수 없어 경찰 수사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도리어 인권 보호에 역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경찰의 수사 결과를 뛰어넘어 사건의 전모, 진범, 배후 공범, 추가 범행 등을 규명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실제 'JMS 교주 성폭행' 사건의 경우 검찰이 JMS 본부 수련원을 압수수색하고 탈퇴 신도 30여명을 소환조사하는 등 직접 보완 수사를 통해 조직적인 성폭력 범행 가담 사실을 밝혀냈고, 결국 JMS 2인자 등 간부 2명을 구속기소하고 6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이 밖에 계곡 살인 사건, 세 모녀 전세 사기 사건,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도 모두 검찰의 보완 수사를 통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사례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수사와 기소를 기능적으로 분리하되 검찰개혁의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정교한 제도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되 범죄 대응 역량이 떨어지지 않도록 설계하기 위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그간 기소권과 결합해 남용 가능성이 컸던 수사(약 1~2%의 특수 수사)는 '직접 수사개시권'으로 송치받은 사건을 법적으로 검토해 보완하는 '보완 수사'(전체 사건의 약 98%)와는 다르다"며 "송치된 사건의 동일성의 범위 내에서는 직접 보완 수사를 할 수 있게 허용하되 동일성을 벗어나는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하도록 하는 등 검찰개혁 부작용에 대한 입법적인 장치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