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 '줄어드는 인구, 달라지는 도시' 세미나
"기초지자체 92% 데드크로스, 30년 균형지역발전 정책 한계"
"선택과 집중 통해 지역 생존 전략 마련해야" 전문가 한목소리
"2120년 일본 인구는 현재의 4분의 1수준인 약 3500만명으로 급감할 것. 도쿄·오사카·나고야·후쿠오카등 소수 대도시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소멸 위기를 맞을 것."

모리 토모야 일본 교토대학교 경제연구소 교수가 22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개최한 '줄어드는 인구, 달라지는도시'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모리 토모야 일본 교토대학교 경제연구소 교수는 22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개최한 '줄어드는 인구, 달라지는도시' 세미나에서 '인구 감소 시대의 일본 도시와 지역의 미래' 주제발표를 통해 "현재 일본 인구 1만명 이상 도시 83곳 가운데 26곳만 생존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인구 100만명 이상 도시도 11개에서 4개로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모리 교수는 일본의 지방창생 정책 실패의 원인으로 '교통 인프라 투자의 함정'을 지적했다. 그는 "신칸센과 고속도로 건설이 오히려 '스트로우 효과'를 내며 지방 인구를 대도시로 빨아들였다"며 "1992년 노조미 고속열차로 도쿄-오사카 간 하루 200회 왕복이 가능해지면서 도쿄 집중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래 모델로 '양방향 통근(Two-way commuting)'을 제시했다. 모리 교수는 해당 모델에 대해 "도시에 거주하면서 지방의 자동화 생산 시설에서 일하고, 플라잉카 같은 확장 가능한 교통수단으로 연결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구밀도 감소로 재해 회복력이 높아지고 지역 공동체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긍정적 측면도 제시했다.
이어 발제한 김영수 중소기업정책개발원 원장은 한국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2015년을 기점으로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원장은 "2015년 이후 반도체, 이차전지, 재생에너지 등 첨단전략산업이 수도권과 충청권에 집중되면서 비수도권 지역 총부가가치 비중이 50% 이하로 급락했다"며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 시대에는 이런 집중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해법으로 '5극 3특 초광역 경제권 중심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제시했다. 모든 지역을 골고루 발전시키려는 기존 균형발전 정책에서 벗어나 핵심 거점을 집중 육성하고, 이를 중심으로 권역별 특화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패널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지역 발전 전략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영 한국조세연구원 원장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산업 기반이 제일 중요하며, 지역이 주도해서 기업을 유치하고 교육-연구-인재-기업을 연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지역을 인위적으로 살리려는 정책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포항공대의 실용화 전문연구기관(RIST) 모델처럼 지역 연구개발 창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제시했다.
이정환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수도권 일극화도 막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모든 지역을 균등하게 발전시키려 하기보다 하나의 지역이라도 제대로 된 성공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제시했다.
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체 기초지자체의 92%가 출생보다 사망이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를 경험하고 있는 현실에서 60여년간 추진해온 기존 균형발전정책은 한계를 드러냈다"며 "모든 지역을 골고루 발전시키려는 방식에서 벗어나 거점을 중심으로 한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패널토론 좌장을 맡은 김세용 고려대학교 도시연구원 원장은 "인구 감소 시대에 맞는 지역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인실 한미연 원장은 "이번 세미나를 통해 일본의 선행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한국형 지역발전 모델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었다"며 "인구 감소 시대의 지역 생존전략 수립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와 정책 제언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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