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분포제 추진 속도 내는 고용부
직무, 직위 등 나눠 임금 정보 제공
"데이터 분석해 임금직업포털 게시"
적용 위해선 공개 정보 구체화 필요
연공급→직무급 전환 필요성도 제기
해외선 영국·프랑스 등에서 시행 중
개별기업을 넘어선 임금 교섭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현을 위한 전제로 직무, 직위, 근속연수 등에 따른 임금 정보를 공개하는 '임금분포제' 추진이 본격화한다. 이재명 정부는 곧 발표될 국정과제에 임금분포제 추진 구상을 담고 속도감 있게 관련 제도를 추진할 계획이다. 빠르면 하반기에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일부 임금 정보 공개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임금분포제를 시행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근로자 직무와 직위, 근속에 따른 임금 분포값을 상·하위 25%와 평균값, 중위값 등으로 구분해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정책 및 실태 조사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지 살피고 있다. 정책의 전체적인 틀은 방향성을 잡은 상태이며, 구체적으로 실현에 필요한 예산 마련과 전문가 의견 청취 일정 등을 따지는 단계에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재도 (임금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제공 항목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직무, 직위와 관련해서는 정보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보니 이를 보완해서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데이터 확보가 필요해서 실태 조사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지난 4월 만들어진 (한국고용정보원) 임금직업포털에 게시하는 것이 전체적인 구상"이라고 했다.
고용부는 임금분포제 시행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당장 하반기에는 기존에 해왔던 일터혁신 컨설팅과 업종별 임금체계 개선 컨설팅 사업 등에서 얻은 임금 정보 중 의미 있는 데이터가 있는지를 살핀 뒤 이를 분석해 제공할 계획이다. 임금분포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전이더라도 현장에서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빠르게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임금분포제 시행에 의지를 보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만 새 정부 들어 유독 힘을 주게 된 데에는 대통령과 신임 장관의 영향이 컸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초기업(업종별·산업별·지역별) 교섭 지원을 위한 임금정보 제공 및 격차 해소방안 마련'과 '직무·직위·근속 등 동일노동 동일임금 기준지표 마련을 위한 임금분포제 도입'을 공약한 바 있다.
김영훈 고용부 장관도 지난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법제화하고 정부는 임금분포공시제를 통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교섭할 토대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공시'라는 단어가 자칫 개별 기업의 임금 정보를 제공하는 것처럼 읽힐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임금분포제라는 단어를 쓰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정부가 초기업 단위 교섭이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등을 강조하고 있고 이것의 기반과 토대가 되는 게 임금 정보이다 보니 부각이 되는 상황"이라며 "정권을 가리지 않고 그간 임금 정보 관련 정책이 계속돼 왔지만 이번에는 공약 관련해서 (추진이) 좀 더 도드라졌다"고 설명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임금 체계와 수준, 구성 요소 등 공개 정보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종별, 지역별, 직군별로 특성이 다른 만큼 단순 비교를 넘어 실질적인 정보 제공이 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임금분포제 효과를 높이려면 노동 시장이 근속 연수 기반의 연공급에서 직무급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반대로 임금 정보 공개가 직무급 전환을 촉진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우리나라와 일본은 연공급 위주이다가 경제가 발전하고 고도화하면서 한계가 왔다"며 "일본은 (직무급으로) 많이 바뀌고 있고 우리도 바꿔야 하는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 정부, 진보 정부를 가리지 않고 (임금 정보 제공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며 "정부 색에 따라 시계를 역행해 바꿀 수 없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호주 등 해외에서는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임금 정보 공개가 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발간한 '임금정보브리프 2024년 제6호'에는 "유럽은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2000년대부터 일관되게 추진됐다"며 이런 노력이 국가별 관련 제도 안착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담겼다.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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