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측 "피해자 회복 지원"
아동권익단체 "정서적 학대 해당"
범행 동기 추궁에 "알려 하지마" 답변
총소리와 함께 시작한 비극적인 자리에는 아버지이자 가해자인 60대 남성 A씨와 아들 B씨 부부, 손주 2명, 지인 1명 등 모두 6명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A씨가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순간 어린 손주 2명은 범행 장면을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다.
22일 연합뉴스는 경찰 발표를 인용해 지난 20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아파트에서 A씨(62)가 아들 B씨(33)에게 사제 총기로 산탄을 발사할 당시 두 손주가 함께 있었다고 보도했다. 각각 9살과 5살인 손주들은 사건 직후 어머니 등과 함께 안방으로 급히 몸을 피해 화를 면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후 지속적인 불안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B씨는 가슴 부위에 쇠 구슬 형태의 탄환을 맞아 숨졌고 A씨의 생일을 맞아 잔치가 열리던 집 안은 한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B씨 아내 역시 범행 장면을 목격한 뒤 실신 증세를 보일 만큼 충격을 받았다가 현재는 자녀들을 돌보며 최대한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경위를 고려해 유족 심리 지원이 무조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피해자 보호 담당 경찰관을 배치해 전담 중"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경찰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피해자의 아내와 자녀 2명에 대해 트라우마 극복에 필요한 심리 치료 지원 등 피해자 보호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해자 유족을 대상으로 장례비·치료비 등 재정 지원과 함께 전문업체를 통한 강력범죄 현장 정리와 피해자 심리 치료를 종합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아동 권익단체와 전문가는 A씨가 어린 손주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충격을 남겼다며 엄중한 처벌과 체계적인 피해자 심리 지원을 촉구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A씨의 행위는 아동복지법상 명백한 정서학대에 해당한다"며 "극심한 트라우마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완정 인하대 아동심리학과 교수는 "성인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아이들이 목격했다"며 "감각 정보의 충격을 덜어내고 사회적 관계성을 회복하려면 유관기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는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학대 행위로 성인이 아동에게 가하는 정서적 위협이나 가학적인 행위를 포함한다. 아동이 가족 간 벌어지는 폭력 행위를 목격하게 한 경우도 정서 학대로 분류하며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한편,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유튜브에서 총기 제작법을 배웠고 탄환은 20년 전에 구매한 뒤 창고에 보관하고 있었다"며 "평소 가정불화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가정불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알려고 하지 말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의 정신 상태와 범행 동기 등을 규명하기 위해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정밀 분석을 진행 중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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