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 소식통 인용 보도
고성능 반도체 밀수 관련 규정 강화
정치적 민감 사안엔 난색
말레이시아가 미국이 예고한 25% 상호관세율을 20%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물밑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다만 정치적 민감 사안인 미국 전기차(EV)에 대한 세제 혜택 연장과 어업 보조금 삭감 등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으로 알려졌다.
22일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25% 관세를 인도네시아·베트남 수준인 약 20%로 낮추기 위해 미국과 협상 중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미국이 우려하는 고성능 반도체 밀수 문제에 있어 일정 부분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제3국을 통해 경유하는 '환적 제품' 관련 산업 규정도 손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트럼프 1기 당시 베트남, 멕시코 등을 거쳐 우회 수출을 통해 대중 제재를 피했다고 보고 이번 무역협상을 지렛대 삼아 각국에 환적 관련 규정을 협상 조건으로 내밀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지금까지 환적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면서도 관련 규제를 강화했다. 새 규정에 따르면 개인이나 기업이 미국산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수출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제품이 제한된 용도에 사용되거나 오용될 우려가 있을 경우 정부에 신고해야 한다.
반면 올해 12월 만료 예정인 미국산 EV에 대한 세제 혜택 연장, 외국인 지분 제한 완화, 어업 보조금 삭감 요구 등에는 말레이시아 당국이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허용할 경우 다른 국가에도 비슷한 혜택을 제공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뜽쿠 자프룰 아지즈 말레이시아 투자통상산업부 장관은 당초 대미 무역협상을 두고 낙관적 입장을 펼쳐왔지만, 최근에는 각국의 '졸속 협상'에 대한 경고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역시 전일 "말레이계 및 토착민에 대한 우대 정책 등 국가 핵심 정책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레드라인'을 가지고 있다"며 양보할 수 없는 기준이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아시아 국가 중 첫 번째로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한 베트남 역시 이달 초 미국과 20% 관세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을 당시 더 유리한 수준으로 합의했다고 믿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정부는 세부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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