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효제(라미) 작가
유튜브 채널 '프로젝트 솔져' 운영
군인·참전용사 8000명 기록
"만기 전역 후 가족여행을 가고 싶다."
사진작가 현효제(활동명 라미)씨가 군인을 찍기 시작한 계기는 사소한 인터뷰였다. 1사단 부대 소개 영상을 의뢰받은 현 작가는 28년 이상을 군에 헌신한 원사에게 마지막 소원을 묻자 이 같은 답변을 들었다. 현 작가는 "나라를 지킨다는 신념으로 자신과 가족까지 모두 희생하며 헌신하는 군인을 만나고 아무것도 몰랐던 제가 군 생활 경험만으로 군대를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것이 부끄러워졌다"고 말했다.
한양대 인문학부에 입학한 현 작가는 군복무 중 우연히 '비주얼 이펙트(VFX)'를 접한 뒤 미국 유학을 결정하며 인생 진로를 바꿨다. 미국 AAU(Academy of Art University)에서 컴퓨터로 3D 애니메이션과 빛과 질감, 특수효과 등을 구현하는 공부를 한 뒤, 졸업 후 2010년부터는 라미스튜디오(Ramistudio)를 창업해 한국에서 상업 사진·영상 작가로 활동 중이다.
그는 유튜브 채널 '프로젝트 솔져'를 운영 중이다. 군인과 군인의 가족, 참전용사, 소방·경찰관, 주한미군 장병 등 군대 관련 인물을 사진과 영상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그가 기록한 군인 수는 누적 8000명, 이 가운데 참전용사만 2500명에 달한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22개국 용사를 직접 만나기 위해 전 세계를 누볐고, 2021년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온더블럭'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현 작가는 2016년 군복 사진전에서 참전용사 '살 스칼레토'를 만나면서 '프로젝트 솔져'를 시작했다. 살 스칼레토가 자신을 '미 해병대 출신 한국전쟁 참전용사'라고 소개하는 자부심에 호기심이 생긴 것이다. 현 작가는 "60년 전 다른 나라에 파병된 기억이 좋지만은 않을 텐데, 현역 장병보다 더 자부심이 느껴지는 것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솔져의 차별점은 패션 화보와 같은 멋스러움이다. 기성 미디어에서 참전용사의 어려운 사정을 조명했다면, 현 작가는 군인의 자부심을 담는다. 그는 "광고와 패션 사진 스타일로 찍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클래식함과 묵직함을 살리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채널에서는 참전용사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영상은 물론, 이들과 함께 한국 문화나 음식을 체험하는 콘텐츠 등을 다양한 형식으로 선보이고 있다. 특히 미래 세대에 당부를 전하는 한국인 참전용사나 태극기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다른 나라 참전용사의 모습을 담은 콘텐츠는 수백만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커머스 사업을 시작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의 '유튜브 쇼핑' 기능을 활용해 각 콘텐츠 내에서 프로젝트 솔져의 정신을 담은 모자와 티셔츠 등을 판매하고 있다. 전시회 기간에는 입장 티켓 등이 유튜브 쇼핑을 통해 수천장 판매되기도 했다. 현 작가는 "현재 60%는 후원금, 40%는 사비로 운영하는데 법인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후원이 계속돼야 한다"며 "후원의 40% 정도가 유튜브를 통해 이뤄지는데, 예전에는 링크를 찾아 상품을 구매해야 했다면 지금은 콘텐츠 내에 노출된 상품 정보를 클릭해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지는 환경을 조성해 구매 전환율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현 작가는 이달부터 주한미군 현역 장병을 대상으로 가족사진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주한미군 장병은 복무 중 '헌신에 감사한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잘 없어 감사를 표현하기 위해 이들을 기록하고자 한다"며 "프로젝트 솔져가 누구에게나 자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드릴 수 있는 활동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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