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견제 인·태동맹 확장 강조…한국에도 요구할 수 있어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트럼프와 22일 정상회담 예정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만나 미국과 필리핀 간의 상호방위조약이 남중국해를 포함한 태평양 지역 어디에서든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왼쪽)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 국방부 청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워싱턴D.C. 인근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마르코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풍부한 역사를 가진 우리 동맹은 지금처럼 강력하거나 핵심적이었던 때가 없었다"며 "이 조약은 남중국해를 포함한 태평양 어디에서든 우리의 군대와 항공기 또는 공공 선박(해상경비대 소속 포함)에 대한 무력 공격에 적용된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대(對)중국 견제 및 억제를 위한 양국 동맹의 적용 범위가 필리핀 영토와 그 주변 수역뿐 아니라 태평양 전체를 포함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이 중국의 공격을 받았을 때 미군이 대필리핀 지원에 나서고, 대만해협을 포함한 동중국해 등에서 미국이 중국의 공격을 받으면 필리핀이 대미 지원에 나선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필리핀 동맹에 적용한 이 같은 논리를 한미동맹에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헤그세스 장관의 이날 발언이 주목된다. 미국이 한미동맹의 공조 역시 한반도와 그 주변을 넘어 미·중 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로까지 확장하고, 나아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보장에 동의할 것을 한국에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힘을 통한 평화'라는 의제를 추진하기 위해 필리핀을 포함한 다른 국가와도 협력할 의지가 있다"며 "우리는 무력 충돌을 추구하지 않지만, 언제든지 준비하고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마르코스 대통령은 "미국과 필리핀이라는 동맹이 남중국해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며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러한 관계를 계속 강화하는 것이 매우,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마르코스 대통령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도 만났다. 두 사람은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 유지에 양국의 철통같은 동맹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지원하며 항해와 상공 비행의 자유를 강화하고 억지력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공동의 헌신을 강조했다고 국무부는 소개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22일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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