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바프 전 회장, 4월 내부 고발로 의장 사임
초기 조사 결과,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나
"특정국 불리한 보고서 발간 막으려 개입"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의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바프(87) 전 회장이 국가 경쟁력 보고서를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다.
연합뉴스는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폴리티코 유럽판, 스위스 일간지 존탁스차이퉁 등을 인용해 "전날 스위스 법무법인 홈부르거의 초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슈바프 전 회장은 WEF의 국가 경쟁력 보고서에서 중동과 북아프리카, 인도 등의 순위를 수정하거나 이들에 불리한 보고서 발간을 막기 위해 여러 차례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국가 경쟁력 보고서는 각국의 생산력과 회복력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며, 포럼 논의의 기초가 되는 문건이다. 보도에 따르면 슈바프 전 회장은 지난 2017년 인도의 순위가 낮게 나오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 당시 리처드 사만스 전무이사에게 이메일을 보내 보고서 발간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영국의 순위를 높이지 말라고 권고했는데, 이는 브렉시트(BREXIT) 지지자들이 데이터를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다만 이 보고서는 결국 발간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022년 슈바프 전 회장이 순위가 하락한 한 국가의 고위 관료에게 보고서 초안을 공유한 뒤 보고서 발간을 반대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WEF는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사유로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았다.
홈부르거는 WEF 이사회의 의뢰로 슈바프 전 회장이 국가 경쟁력 보고서를 조작하고 공금을 횡령했다는 의혹 등 다양한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또 그의 부인이 WEF에서 공식 직책이 없는데도 90만 스위스프랑(약 15억원)의 출장 비용을 청구한 혐의도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출신 경제학자인 슈바프 전 회장은 지난 1971년 WEF 모태인 유럽 경영자포럼을 출범해 매년 1월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리는 다보스 포럼으로 키웠다. 그는 회장은 지난해 성 추문과 인종차별 의혹이 제기되자 회장직에서 사퇴했고, 지난 4월 내부 고발자 서한으로 국가 경쟁력 보고서 조작과 공금 횡령·부동산 사적 이용 등 비위 의혹이 불거지자 50년 넘게 지켜온 WEF 이사회 의장직에서도 물러났다.
내부 고발자 서한에는 지난 2018년 WEF가 본사 옆에 위치한 초고가 주택 '빌라 문디'를 3000만달러(당시 약 419억원)를 주고 매입하고, 리모델링 공사 비용으로 2000만달러(약 279억원)를 사용한 배후에 슈바프 전 회장의 부인이 있었으며, 슈바프 부부가 주택을 독점적으로 사용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또한 슈바프 전 회장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 위해 포럼의 자원과 직원을 동원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초기 조사 결과는 내부 고발자 서한의 내용을 상당 부분 뒷받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WEF 대변인은 블룸버그에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논평을 유보하겠다"며 최종 조사 결과는 8월 말께 나온다고 전했다.
다만 슈바프 전 회장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내부 조사 결과가 언론에 유출된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 점에서 나는 기만당했다고 느낀다. 필요하다면 법적 분쟁을 통해서라도 내 이익을 지키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