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진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
업무 시간 줄이면 속도 압박…건강악화" 우려
연구결과 번아웃 감소, 신체 건강 개선
업무 만족도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
美연구팀 6개국 141개 기업 연구결과
"참여 기업 90% 이상 단축 근무 유지"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가 직원들의 번아웃(소진) 감소, 신체 건강 개선은 물론 업무 만족도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현지시간) 과학 저널 네이처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ur)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미국 보스턴대의 줄리엣 쇼어, 원 판 교수팀은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아일랜드 등 6개국 141개 기업에 소속된 직원 2896명을 대상으로 주 4일제 근무 실험을 진행한 결과, 업무 만족도와 정신·신체 건강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밝혔다. 이번 실험은 지금까지 발표된 주 4일제 관련 연구 중 가장 큰 규모다.
실험 전 연구진은 업무 시간을 줄이면 오히려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주일에 같은 양의 업무를 더 빠른 속도로 끝내야 한다는 압박이 직원들의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연구를 주도한 웬 판 미국 보스턴칼리지 사회학 교수는 "직원들의 스트레스 수준이 오히려 감소했다"고 말했다.

실험 전 연구진은 업무 시간을 줄이면 오히려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주일에 같은 양의 업무를 더 빠른 속도로 끝내야 한다는 압박이 직원들의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픽사베이
원본보기 아이콘실험에 참여한 기업들은 주 4일제 본격적인 시행 전 약 8주 동안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는 등 업무 구조를 개편했고, 전체 노동시간의 80%만으로 기존 생산성을 유지하도록 했다. 이후 6개월간 근무일을 주 4일로 줄였다. 실험 전후로 직원들에게 "업무가 짜증 나는가?", "현재 정신 건강 상태는 어떤가?" 등의 질문을 통해 복지 상태를 측정했다.
실험 결과, 직원들은 업무 수행 만족도가 높아졌으며 주 4일제 시행 전보다 정신 건강도 좋아졌다고 보고했다. 조직 전체와 개인 단위의 노동시간 감소 모두 복지 향상과 연관이 있었고 특히 개인 단위에서 노동시간이 크게 줄어든 경우 복지 개선 폭도 더 컸다. 복지 향상과의 관계를 매개한 주요 요인은 ▲자기 보고 기준 업무 수행 능력 향상 ▲수면 문제 감소 ▲피로도 감소 등 세 가지다.

주 4일 근무제는 생산성 저하에 대한 우려로 기업들이 도입을 주저해온 제도다. 이번 연구는 회사 전체의 생산성을 직접 측정하진 않았지만, 직원들이 업무 시간 내 더 집중력 있게 일해 업무 효율이 높아졌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원본보기 아이콘주 4일 근무제는 생산성 저하에 대한 우려로 기업들이 도입을 주저해온 제도다. 이번 연구는 회사 전체의 생산성을 직접 측정하진 않았지만, 직원들이 업무 시간 내 더 집중력 있게 일해 업무 효율이 높아졌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영국 런던 버크벡대학의 경제학자 페드로 고메즈는 "충분히 쉰 직원들은 실수를 덜 하고 더 집중해서 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생산성에 대한 보다 정량적인 분석이 추가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판 교수는 "참여 기업의 90% 이상이 실험 이후에도 주 4일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생산성 감소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연구진은 제도의 참신함이 사라지면 긍정적인 효과도 줄어드는 것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12개월 시점에도 데이터를 수집했는데 복지 지표는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었다.
다만 실험에 참여한 기업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신청한 만큼 모든 기업에 주 4일제를 일괄 적용했을 때의 효과를 과대평가했을 가능성도 있다. 또 결과는 모두 자기보고 방식으로 수집된 것으로 직원들이 '휴일을 지키고 싶다'는 바람에 긍정적인 답변을 했을 수도 있다. 연구진은 무작위 배정 방식의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주 4일 근무제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업무 효율성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영국 시민운동단체 '주4일제 재단'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17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4일제 실험 결과에 따르면, 단축 근무가 기업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런던에 본사를 둔 소프트웨어 기업 브랜드파이프는 매출이 약 130% 증가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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