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사 일부 소유주 협의 진행
가구수·전용률 의견 부딪혀
소유주, 신탁사 규탄 시위 나서
가구 수를 2.4배 늘리는 정비계획안을 두고 여의도 광장아파트(28번지)에서 내홍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업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과 일부 소유주가 설계안 협의에 돌입했다. 이번 협의 결과에 대해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거나 추진할 예정인 다른 단지들의 관심이 집중됐으나 협의는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탁사는 기존 정비계획안 대비 가구 수를 감축하고 전용률을 상향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다만 소유주들은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1314가구·전용률 약 70% VS1111 가구·전용률 72% 이상
22일 아시아경제 취재에 따르면 한국자산신탁은 지난 18일 광장아파트 일부 소유주들과 긴급 협의 자리를 마련했다.
신탁사는 일부 소유주 측에 재건축 가구 수를 1391가구에서 1314가구로 줄이고, 전용률은 67%에서 약 70%로 상향하겠다는 협의안을 제시했다. 최고 층수도 기존 56층에서 49층으로 낮추기로 했다. 신탁사의 협의안에 따라 재건축이 진행될 경우 일반분양 가구 수는 519가구, 임대 가구 수는 219가구로 감소하게 된다. 전체 소유주들이 청산 없이 모두 분양을 받는다는 기준이다. 이는 기존 정비계획안(일반분양 583가구·임대 232가구)보다 각각 64가구, 13가구 줄어든 규모다.
주요 쟁점 중 하나인 국민주택 평형(84㎡) 이하 소형 가구 수 비중도 전체의 약 60%로 감축하기로 했다. 앞서 소형 가구 수가 전체 67.86% 비중을 차지하는 내용의 정비계획안이 입안되면서 소유주 반발이 잇따르자 내린 결정이다.
그러나 소유주들은 이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구 수 증가 폭이 여의도 내 타 재건축 단지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여의도 공작아파트와 대교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후 가구 수가 약 1.5배가량 늘어나는 수준에 그친다. 이에 따라 일부 소유주들은 광장아파트 가구 수를 1111가구로 낮추고 전용률은 72~75%, 최고 층수는 49층 이하 범위 내에서 5개 동의 총 층수가 235개 층이 넘지 않도록 하향 조정할 것을 요구했다.
일부 소유주들은 한국자산신탁에 대한 규탄 시위도 나섰다. 21일 소유주 20여명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국자산신탁 사옥 앞에서 '전용률 67% 벌집 아파트' 등의 패널을 들고 정비계획안 재조정을 촉구했다. 한국자산신탁은 이에 대해 "소유주들과 원만한 협의를 진행했으며 이번 시위는 소유주 간 의견이 합치하지 않으면서 진행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사업성 확대 vs 고급 재건축…신탁사·소유주 동상이몽
이번 갈등은 신탁사가 지난 4월 단지를 최고 56층 5개 동, 1391가구로 재건축하는 정비계획 변경안을 내면서 점화됐다. 재건축 후 고급 아파트로 거듭나기를 원했던 일부 소유주들은 지나친 가구 수 증가로 아파트 가치가 하락할 것이고, 공급한 면적 대비 주민이 거주하는 공간이 차지하는 비율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며 항의하고 나섰다.
신탁사와 소유주가 사업을 바라보는 목적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탁사는 가구 수를 늘려 분양 수익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인 반면, 소유주들은 계속 이 아파트에서 살아갈 사람들이다 보니 아파트 단지의 미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반분양 수익은 신탁사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한국자산신탁의 경우 보수 상한액은 240억원으로 제한돼 있지만, 전체 매출액의 2%를 수수료로 받는 구조라 사업성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탁사는 소유주 요구대로 재건축에 나설 경우 사업성이 대폭 하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자산신탁 관계자는 "1391가구는 법적 용적률 상한보다 낮은 수준에서 사업성과 이상적인 배치를 고려해 얻은 결과"라며 "1111가구 기준으로 가구 수를 줄일 경우 전체 분양 면적이 약 8500평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며 여의도 일대 평균 분양가를 적용하면 약 5600억원가량의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구 수를 줄이면 공사비 절감 효과는 있겠지만, 분양 수익 감소 폭이 그보다 더 크기에 상당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반면 소유주들은 분양 가구 수가 늘어날 경우 임대주택 가구 수도 덩달아 늘어나기에 주민들이 떠안는 손실이 늘어난다는 입장이다. 광장아파트 소유주 A씨는 "총 분양 면적은 한정돼 있는데 여기서 일반 분양을 늘리면 그에 비례해 임대 가구 수도 늘어나게 된다"며 "임대주택이 한 가구 늘어날 때마다 주민들이 떠안는 손실은 수억원이라 가구 수 감소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사업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광장아파트는 지난달 8월 정비계획 변경안에 대한 공람을 마치고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한국자산신탁 측은 "소유주들과 가구 수와 전용률 등에 대해 조정을 해나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소유주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며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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