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불법고용 방조
건설경기 꺾여 공사물량 확 줄었는데
내국인보다 외국인 노동자 선호 지속
4대보험·초과수당 등 행정·노무절차
불법 체류자 고용땐 회피, 잇속 챙겨
"외국인 근로자들은 일자리가 필요한 우리나라 건설 근로자들의 실체적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현장 근로자들은 건설업의 기형적 구조도 문제지만, 고용시장의 변화가 두렵다며 1일 이같이 토로했다. 외국인 근로자는 2020년부터 2022년 초까지 건설 경기가 활황이던 시기에 급증했다. 고령화와 3D 업종 기피로 건설 내국인 근로자가 줄어든 가운데 코로나 시기 저금리로 시중에 자금이 풀리면서 건설사들은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공사 현장은 빠르게 늘었지만 인력 공급은 따라가지 못했다. 45만원을 줘도 일손이 모자라 불법체류 외국인까지 서슴없이 투입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건설경기가 꺾인 2022년 말부터는 외국인 고용 확대가 우리나라 근로자들을 옥죄는 덫이 됐다. 공사 물량은 확 줄었는데, 외국인 노동자를 선호하는 추세는 변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내국인보다 외국인을 선호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하면 잇속을 챙기기 쉽다. 불법 체류 외국인을 고용하면 4대 보험 가입, 초과근로수당 지급 등 각종 행정·노무 절차를 회피할 수 있다. 체류 자격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 하루 13~14시간씩 일을 시켜도 불법체류 외국인들은 항의조차 못 한다.
특히 제도적인 구멍은 이런 추세를 더욱 견고하게 정착시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정부로부터 고용허가서를 발급받아 합법적으로 비전문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며 '고용허가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내국인 구인을 형식적으로만 거친 뒤 외국인을 고용하거나, 일을 구하는 내국인이 있는데도 외국인을 우선 투입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합법적으로 외국인을 고용해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것보다 불법 체류자를 쓰며 비용을 줄이는 편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는 분위기가 확산했다. 지난해 외국인 비전문 비자(E-9) 쿼터는 6000명이었지만, 실제 입국자는 1476명(24%)에 그쳤다. 방문취업(H-2) 인원을 합쳐도 총 2486명에 불과하다. 제도가 열려 있어도 현장은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고용허가제 비자는 고용주가 신청한 인원만큼 발급된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2023년 "해당 제도를 신청하지 않은 현장에 대해서는 감독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제도는 사실상 무력화됐다. 제도에 편입되는 순간 정부의 감시망에 들어가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이를 의도적으로 회피하게 된 것이다.
공병열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대구경북건설지부 부지부장은 "일손이 없어 외국인을 쓰는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면서 "문제는 지금처럼 일감이 급감한 상황에서 불법고용이 내국인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는 점과 정부가 이를 방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건설근로자가 받는 임금은 지역 안에서 소비되며 지역 경제를 돌리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외국으로 송금되고 있다"며 "정부는 건설 경기를 살린다고 하지만, 누구를 위한 경기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우리 건설노동자의 생계가 아니라 외국인 생계를 책임지자는 건 아닐 것"이라고 했다.
'건설위기 보고서' 글 싣는 순서
<1-2> "3~4곳 추가 부도"…정리대상 된 중견 건설사
<2-1> '돈줄'인줄 알았는데 '덫줄'된 PF
<2-2> 다주택 규제 완화, 지방 부동산 회복 열쇠
<3-1> "하루하루 피 말라" 흔들리는 하청·후방업계
<3-2> 대형사도 못 피한 임금체불
<3-3> LH·지자체도 임금체불
<3-4> 대통령도 나섰다…수직 구조 개혁 시급
<3-5> 불법 재하도급 없이 버틴 이 회사
<3-6> 무너진 현장에서 손잡았다
<4-1> 외국인 건설인력, 내국인 일자리 잠식
<4-2> '외국인 규제' 아닌 '내국인 보호'로
<4-3> 채산성 악화 근본 원인 '잦은 재시공'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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