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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車헐값에 넘겼다" 눈물…LH 발주현장도 임금체불[건설위기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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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공공 발주 공사장 체불
불법 재위탁 업체 임금 가로채
'하도급지킴이' 적용 안돼 논란
"폐기물 처리는 대상 아니다"
부산 지자체 공사도 대금 체불

[단독]"車헐값에 넘겼다" 눈물…LH 발주현장도 임금체불[건설위기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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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발주 현장도 건설업 위기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불법 재하도급 관행 등을 막지 못해 건설 근로자들을 생활고로 내모는 것은 민간 건설사 사업장과 다르지 않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부산명지지구 폐기물 운반·처리 사업장에서 덤프트럭 기사 20여명이 약 7억9000만원의 건설기계 대금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일한 임금이다. 일부 기사들은 할부금을 감당하지 못해 차량을 헐값에 처분하기도 했다. 건설기계 기사들은 덤프트럭을 개인 명의로 구입해 매달 400만원 안팎의 할부금을 낸다.


이들은 LH와 국토교통부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를 찾아가 2~3차례 면담도 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양측 모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LH는 "기성금이 이미 지급된 상황에서 발주처가 관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국토부는 "대한건설기계협회에 위임한 사안"이라며 뒤로 물러섰다. 협회는 민간단체에 불과해 대금 지급을 강제하거나 행정 처분을 요구할 권한이 없다.

사실 임금을 채간 것은 불법 재위탁업체다. LH로부터 폐기물 운반 사업을 수주한 용역업체 C사는 이 업무를 다시 다른 업체 두 곳에 불법 재위탁했다. 최종 작업을 맡은 업체는 근로자들의 임금을 주지 않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계약서상에는 '장비 대여'를 한 것처럼 해놓고, 실제로는 운반 업무를 재하도급 주는 전형적인 불법 거래에서 나온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 아니니까"…전자 대금 지급시스템 '하도급지킴이' 적용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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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가 이런 불법적 계약 관계를 사전에 알아채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LH 관계자는 "용역업체가 은밀히 체결하는 불법 계약을 사전에 파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이 크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체불을 대신해 지급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했다. LH는 현재 C사를 부정당업체로 제재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발주처가 LH인데도 공공공사 전자 대금 지급시스템인 '하도급지킴이'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쟁점이다. 보통 공공 건설 공사 현장에서는 하도급 승인 절차를 거친 뒤 하도급지킴이를 통해 발주자가 직접 대금 지급 여부를 확인한다. 감리자가 무작위로 근로자에게 전화를 걸어 임금 체불 여부를 확인한다.

그러나 이 현장은 폐기물 처리 업무라는 이유로 이런 절차가 모두 생략됐다. LH 관계자는 "폐기물 처리 업무는 건설공사가 아닌 폐기물관리법 적용 대상이어서 적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장 근로자들은 "굴착기와 덤프트럭이 투입된 명백한 건설 작업"이라고 반박한다. 한 근로자는 "건설 현장이 아니었다면 덤프트럭 대신 일반 화물차를 썼어야 한다"며 "당시 덤프트럭에도 '건설 폐기물 수집 운반 차량'이라고 표시돼 있었다"고 했다.


건설 경기 침체 속에 재하도급 관행이 제도적 사각지대와 맞물리며 근로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구제 수단은 마땅치 않다. 30년 경력의 A사 감리단장은 "발주처는 대금을 다 지급했다는 이유로 빠져나가고, 결국 남는 건 고소·고발뿐"이라며 "일용 근로자가 민사 소송을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1차 하도급 근로자에게는 일부 보호 장치가 있지만 재하도급으로 들어가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다"며 "이런 계약 관행을 악용한 사례가 반복되지만 국가 차원의 제도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체불 2회에도 '직불제 미이행'?…공공 발주 현장 법령·현실 괴리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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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 공사에서도 위기 여파는 근로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부산시 관급공사에서는 2023년과 지난해 두 차례 건설기계 대금 체불이 발생했다. 현행법상 공공 발주 현장에서 원청이 하도급 대금을 2회 이상 지체하거나 지급 능력이 없을 경우 발주처가 하청업체 요청에 따라 대금을 직접 지급할 수 있다. 그러나 법에 명시된 '발주처 하도급 대금 직불제'는 작동하지 않았다.


대금 체불이 발생한 곳은 부산시 건설본부가 발주한 '덕천(화명)~양산 간 도로 개선 공사' 현장이다. 공사비가 치솟던 2022년 착공했다. 당초 예정 공사비는 180억원이었지만 입찰 경쟁 끝에 낙찰가는 147억원으로 낮아졌다. 시평 182위인 범양건영이 예정가의 약 81% 수준에 공사를 수주했다. 낙찰 직후부터 공사비 부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고 우려는 수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됐다.


하청업체 S사를 중심으로 임금 체불 문제가 발생했다. 초기 체불은 한 차례 정산이 이뤄졌다. 그러나 지난해 3월부터 다시 체불이 시작됐다. 현재까지 공식 확인된 덤프트럭, 굴착기 등 건설기계 대금 체불액만 16억7000만원에 달한다. 이 현장에서 지게차를 몰던 이모씨 한 사람만 해도 체불액이 2550만원에 달한다. 현장에서는 건설기계를 보유한 개인을 채용해 공사한다.


체불은 이미 두 차례 이상 반복됐지만, 하도급 대금을 발주처가 직접 지급하는 '직불제'는 이행되지 않았다.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는 공공 발주 현장에서 원청이 하도급 대금을 2회 이상 지체하거나 지급 능력이 없을 경우 발주처가 하청업체 요청에 따라 대금을 직접 지급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시 측은 "추가 대금에 대해 S사로부터 직불 요청이 없었다"는 이유로 직불제를 시행하지 않았다. 현행법상 발주처는 하청업체가 요청할 경우에만 하도급 대금을 대신 지급할 수 있다. 부산시 건설본부 관계자는 "하청업체가 청구하지 않는데 예산을 선집행할 수는 없다"며 "원청사에 책임 이행을 촉구하는 것 외엔 현실적인 대응책이 없다"고 했다. 부산시 건설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S사 계좌에는 이미 여러 건의 압류가 걸려 있어 설령 직불이 이뤄지더라도 그 대금은 법원에 공탁되고, 다른 채권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는 "이런 사정을 S사도 알고 있기 때문에 직불 요청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범양건영은 지난 17일 부산시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다. 시에 제출한 설계 변경안에 따르면 총공사비는 당초 147억원에서 174억원으로 늘어났다. 변경 금액에는 하청업체가 시공한 물량도 포함돼 있지만 지급 가능성은 미지수다. 범양건영은 지난 5월 S사에 계약 해지 공문을 보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통상 이런 문제는 하청업체로 부실 책임을 떠넘긴다"며 "발주처나 감리가 제대로 관리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의 임금체불액은 4780억원으로 2022년(2925억원)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임금 체불액 중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19%에서 23%로 늘었다.

'건설위기 보고서' 글 싣는 순서
<1-1> 공사 멈춘 건설현장, 무너진 일용직 삶
<1-2> "3~4곳 추가 부도"…정리대상 된 중견 건설사
<2-1> '돈줄'인줄 알았는데 '덫줄'된 PF
<2-2> 다주택 규제 완화, 지방 부동산 회복 열쇠
<3-1> "하루하루 피 말라" 흔들리는 하청·후방업계
<3-2> 대형사도 못 피한 임금체불
<3-3> LH·지자체도 임금체불
<3-4> 대통령도 나섰다…수직 구조 개혁 시급
<3-5> 불법 재하도급 없이 버틴 이 회사
<3-6> 무너진 현장에서 손잡았다
<4-1> 외국인 건설인력, 내국인 일자리 잠식
<4-2> '외국인 규제' 아닌 '내국인 보호'로
<4-3> 채산성 악화 근본 원인 '잦은 재시공'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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