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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순경]"평범한 일상의 마지막 보호망 되고파"...새내기 APO의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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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서울 종로경찰서 여청계 APO 김노아 경장

편집자주Z세대가 온다. 20·30 신입들이 조직 문화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대다. 경찰이라고 제외는 아니다. 경찰에는 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청문, 여성·청소년 등 다양한 부서가 있다. 시도청, 경찰서, 기동대, 지구대·파출소 등 근무환경이 다르고, 지역마다 하는 일은 천차만별이다. 막내 경찰관의 시선에서 자신의 부서를 소개하고, 그들이 생각하는 일과 삶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피해자를 가장 먼저 만나 최전방에서 편이 되어주고 싶었어요."


지난 17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만난 김노아 경장(34)은 APO(Anti-abuse Police Officer:학대예방경찰관)가 된 계기로 아동보호 전문 기관에서 일했던 6년의 세월을 꼽았다. 특히 당시 만난 아동 방임 가정을 회상했다. 발 디딜 틈이 없는 쓰레기 집을 매일같이 찾아가 아버지와 아들을 만났다. 모든 유관기관이 아들과 아버지의 분리를 권했지만, 그들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봐온 김 경장의 생각은 달랐다. 아버지와 아들의 끈끈한 유대감을 끊지 않고, 직접적 원인이었던 환경을 깨끗하게 바꿔 해결한 것. 김 경장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아버지가 작은 노트에 30페이지 가까운 편지를 써주고, 아들은 작곡, 작사한 곡을 선물로 줬다"며 "대상자가 처한 상황을 공감해 같이 고민하면 그 사람의 인생이 개선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김노아 종로경찰서 여청계 학대예방경찰관이 긴급통화상담을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김노아 종로경찰서 여청계 학대예방경찰관이 긴급통화상담을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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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반복되지 않도록…초기개입에 힘써

김 경장은 바람대로 단순히 사건이 아닌 사람을 지키는 APO가 돼 3개월째 근무 중이다. 김 경장은 종로서 여청계에서 가정폭력, 아동학대, 노인학대, 장애인 학대 등 관계성 범죄의 피해자 보호 업무를 맡고 있다. 신고가 들어오면 피해자를 가장 먼저 만나는 건 김 경장이다. 그는 "피해자를 가장 먼저 만나다 보니 해당 가정에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를 잘 알 수 있다"며 "조치나 개입 방향을 주도적으로 공유해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연결할 수 있다"고 했다.

김 경장이 관리하는 가정은 30개 정도로, 하루에 평균 2~3명의 피해자를 만나 상담한다. 이 중 가장 자주 접하는 범죄는 가정 폭력이다. 김 경장은 "사소한 말다툼에서 시작되지만, 술 때문에 남편이 아내를 폭행하는 부부간 폭력을 자주 본다"며 "가해자가 고령자, 음주자이거나 정신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아 긴급 임시조치, 응급입원 등 조치가 복합적으로 필요한 상황이 자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가 지속적으로 집착해 심각한 위해로 발전하거나, 폭력이 반복되는 경우도 많아 초기개입을 신경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노아 종로경찰서 여청계 학대예방경찰관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김노아 종로경찰서 여청계 학대예방경찰관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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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문을 여는 일이 곧 APO의 핵심

사건 대상자에게 도움을 줄 때 공감 능력은 곧 무기가 된다. 김 경장은 늘 피해자의 눈을 맞추며 '저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용기다' '지금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말을 첫마디로 건넨다. 김 경장은 "피해자와의 대화에서 70%가량은 듣는 데 집중한다"며 "경찰이라는 직책에 긴장하거나 경계하는 피해자가 많아 사람 대 사람으로 다가가 안심시키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사건 대상자가 마음을 여는 속도에 맞춰 다가가기도 한다. 김 경장은 "노인학대로 반복 신고가 들어왔던 가정이 있었는데, 피해자가 처음에는 대화 자체를 거부했다"며 "직접 찾아가 얼굴을 마주하니 마음을 열었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다시 연락드리는 날짜, 상담 날짜 등 '작은 약속'을 지켜나가는 것도 사건 대상자의 신뢰를 얻는 방법의 하나"라고 했다.

피해자마다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김 경장은 맞춤형 지원에 힘쓴다. 상담, 의료, 법률, 경제적 지원 등 개별 상황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정신질환을 앓아온 아들이 어머니를 때려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왔던 사건을 떠올렸다. 김 경장은 "가정폭력으로 접수됐지만, 어머니 입장에서 정신질환을 평생에 걸쳐 앓아 돌봐온 아들을 향해 모든 사람이 잘못됐다고 하면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며 "'아이와 함께 살며 행복한 순간은 언제였는지, 그 순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를 어머니와 함께 고민하며 회복을 도우려 했다"고 말했다.


김노아 경장이 피해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은서 기자

김노아 경장이 피해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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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사건이 아닌 그 뒤편 사람을 보는 일"

사건을 해결하거나 범인을 검거하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성과가 바로 나타나는 일은 아니지만, 김 경장의 보이지 않는 노력은 피해자의 마음을 바꾼다. 김 경장은 APO의 업무를 '단순 사건만이 아니라 그 뒤편 사람을 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삶이 허무하고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경찰의 보호조치를 받으며 밤에 편하게 잠을 잔다'는 피해자의 말을 들었을 때 APO로서 보람을 느꼈다"며 "APO를 계속하고 싶은 이유"라고 전했다.


APO 업무를 이어가며 사건 대상자의 하루에 작지만 확실한 변화를 만드는 것이 김 경장의 바람이다. 그는 "평범한 직장, 아이, 가족을 꾸리길 꿈꾸는 사람을 묵묵히 지켜주는 경찰로 기억되고 싶다"며 "누군가의 마지막 안전망이 되어주고, 상처받은 사람과 끝까지 함께하는 마음을 이어나가겠다"고 말을 마쳤다.





이은서 기자 lib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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