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경기지사 때 인연 맺어
경제 관련 '만문명답' 대담 나누기도
상공회의소 회장 지낸 경제인 특사단장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을 대미특사단 단장으로 임명했다.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 김우영 의원이 단원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내기도 한 박 전 회장은 기업인으로는 이례적으로 특사단장을 맡았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박용만 단장은 대한민국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인이었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제단체의 대표를 맡으신 이력이 있다"며 "미국에서 보더라도 경제인과의 만남이 훨씬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 (특사단장 제안을) 말씀드렸고, 본인이 흔쾌히 응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박 단장은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기중·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외환은행에 다니다가 미국 보스턴대로 유학 가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두산그룹 창업주 고 박승직 회장의 장남인 고 박두병 회장의 6남 1녀 중 5남이 박용만 단장이다. 두산그룹 3세다. 1982년 두산건설에 입사한 뒤 기조실장, 사장을 거쳐 회장을 지냈다.
2021년 자녀(아들 둘)들과 함께 두산그룹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고, 2022년에는 갖고 있던 두산 관련 주식도 모두 팔아 두산과의 인연을 정리했다. 지금은 경영컨설팅회사인 벨스트리트 파트너스 대표 업무 집행자이자 재단법인 '함께 걷는 길' 이사장을 맡고 있다. 얼리어답터로 알려져 있고 직원들과 소통을 즐겨 과거 채용설명회를 할 때 직접 참석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2022년 1월에는 당시 이재명 후보와 '만문명답(박용만이 묻고 이재명이 답하다)'이라는 제목으로 경제와 국제정세 등 관련해 토론을 하기도 했다. 당시 박 단장은 "이 후보가 친기업적이라는 것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고 이 대통령을 옹호한 적이 있다. 이 대통령은 '존경하는 기업인'이라며 박 단장이 쓴 책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 표지 사진을 자신의 SNS에 소개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박 단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경기도지사 시절이다. 업무 협약도 맺고 두산그룹 분당구 정자동 부지도 용도를 변경해 준다. 업무 시설이 들어올 수 있게 바꿔줘서 그곳에 두산그룹이 신사옥 7개 건물을 지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친기업 실용 행보의 성과로 이걸 들기도 한다. 이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 박 단장을 후원회장으로 모시려고 한 적도 있다. 박 단장과 고 김근태 의원의 남다른 관계는 널리 알려져 있다. 경기고 선후배로 인연이 됐는데 김 의원은 박 단장의 장남 결혼식에도 참석했다. 김 의원이 세상을 떠난 뒤 박 단장은 해마다 추모식에 참석했다.
정치권에서는 과거부터 박 단장을 영입하려고 노력을 해 왔다. 문재인 정부 말에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됐고, 이번 대선이 끝난 직후에도 이재명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하지만 박 단장은 정치 쪽과는 계속 선을 그었다. "기업인으로서 효율성과 생산성에 집중하는 쪽으로 내 머리가 굳어졌다. 정치는 효율성만 생각하면 안 되는 그런 영역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정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거절했다. 과연 앞으로도 박 단장이 이런 흐름을 유지할지, 아니면 내년 서울시장 선거 등에 뛰어드는 선택을 할지는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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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kumkang21@asiae.co.kr
이경도 기자 lgd012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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