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68·외무고시 13회)은 21일 "외교 사안이 국내 정치에 이용됐고, 실용과 국익이 주도해야 할 외교 영역에 이분법적 접근도 많았다"며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보도로 외교부와 소송전을 벌여야 했던 방송사 MBC를 향해 "외교부를 대표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외교부가 MBC를 제소한 건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아울러 직전 윤석열 정부 시절의 외교를 비판하며 "외국에 대한 부적절한 언급도 있었고, 엑스포 유치 경쟁에서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지는데도 끝까지 올인했다"며 "급기야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직 대통령이 민주주의 전복을 시도하기까지 했다"고 직격했다.
조 장관은 "이런 모든 과정에서 외교부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데 대해 외교부를 대표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직문화와 업무 관행을 확실히 바꿔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이제 우리는 정상으로의 복귀를 넘어 하루속히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대전환의 위기를 국익 극대화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추진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한반도 평화 정착'을 꼽았다. 그는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과 대화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며 "단계적·실용적 접근법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해결에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양자와 다자 외교를 두루 거친 조 장관은 "주요 주변국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한편 외교 다변화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심화하는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우리 안보와 평화, 번영을 위한 전략적 지평 확대는 더이상 선택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조 장관은 "안보·경제·과학기술의 3대 축이 연동된 새로운 국제정치경제 질서에서는 우리의 업무체계와 인식의 틀에 깊이 자리 잡은 정무와 경제 간 칸막이를 허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급이나 직위와 무관하게 본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도록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장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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