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신임 경제부총리 오늘 취임식
이재명 정부 초대 경제팀 수장으로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 조타수 역할을 맡게 된 구윤철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혁신'을 강조했다. 경제 혁신의 기본 방향인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핵심사원인 기재부 직원들이 국민에게 신뢰받고, 다른 부처에는 도와주고 밀어주는 파트너로 다시 태어나달라고 당부했다. 새 경제팀은 전임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 운용기조를 확장재정으로 180도 전환하고 발등의 불인 민생경제 회복과 대미 관세협상 등 위기관리를 위해 사투를 벌인다는 각오다. 전국을 덮친 수해로 경제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생활물가 안정을 초단기 과제로 삼고, 국익과 실용을 중심에 둔 한미 관세 협상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취임식서 기재부 혁신 5대 방안 제시
구 부총리는 21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기재부 직원들에게 "'다른 부처의 파트너'로 혁신적으로 다시 태어나는 기재부가 돼 달라"라고 당부했다. 구 부총리는 '부총리와 함께하는 혁신 첫걸음-기재부가 달라졌어요'를 주제로 한 강연 형식의 취임식을 통해 관계 부처와의 협력과 융합, 지원을 강조했다. 기재부가 앞에서 다른 부처를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하기보다 도와주고 밀어주는 부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사령탑 역할을 해온 기재부가 '부처 왕 노릇한다'는 비판을 받자 새 정부는 예산 편성 권한을 떼어내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준비 중이다. 대통령실 경제라인, 국세청장 등 전통적으로 기재부 몫으로 여겨졌던 주요 보직도 대부분 외부 출신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 같은 기재부 위기 상황을 환기하고 쇄신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는 기재부를 만들어보자는 일성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구 부총리는 현장도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현장 중심 문제 해결사가 돼 항상 현장의 어려움을 살피고 모든 사고를 현장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항상 깨어있으면서 혁신적 아이디어를 내고, 그 아이디어를 업무와 결합하여 성과를 내야 한다"며 혁신의 아이콘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직원에게는 파격적인 보상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대면보고·대면회의 등 불필요한 형식을 최소화하고, 직급에 상관없이 누구나 부총리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직접 자유롭게 보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며,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해 업무의 생산성을 제고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을 통해 한국의 발전 및 발전의 과실이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는 기재부가 돼 달라'라고 강조했다.
공식 집무 시작…"최대한 빨리 방미…국익과 실용에 맞게 협상"
구 부총리가 지난 19일 공식 임기를 시작하면서 최상목 전 부총리 사임(5월1일) 이래 계속돼 온 부총리 공백 상태는 80일 만에 해소됐다. 구 부총리는 새 정부 경제팀의 최우선 과제로 생활물가 안정을 제시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취임식 후 기자들과 만나 "단계적으로 수해 상황으로 인한 물가, 특히 생활물가에 대한 안정화가 시급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장기적 과제로는 0%대로 추락이 예고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혁신 방안 마련을 꼽았다. AI를 중심으로 한 선도경제로의 전환이라는 국가 비전과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을 회복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이다.
이런 위기의식에서 공식 집무 첫 외부 일정으로 민생 현장을 찾았다. 침체 회복을 위해 확장재정을 천명한 새 정부 첫 정책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한 전 국민 소비쿠폰 지급을 앞두고 이날 오후 2시 공주 산성시장 현장을 점검하고 상인회 관계자들을 만나 내수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주말 사이에는 1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당면한 대미 관세 협상과 새 정부 국정운영 기조를 반영한 경제정책방향, 법인세율 인상을 비롯한 세제개편안 준비 등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이형일 1차관과 임기근 2차관을 비롯해 박금철 세제실장, 안상열 재정관리관 등이 참석했다.
한미 관세협상 추진도 속도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미국이 내달 1일부터 한국산 수입품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구 부총리는 이르면 이달 22~23일 미국으로 출국해 막바지 협상 테이블에 합류한다. 구 부총리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을 찾아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협상 테이블을 함께하는 2+2 재무·통상장관 협의에 나서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구 부총리는 "방미 시점과 2+2 협상 여부 등을 지금 미국과 협의 중"이라며 "협의가 되는대로 최대한 빨리 가서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서 관세 협상이 최대한 잘되도록, 국익과 실용에 맞게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방미 기간 카운터파트 격인 베선트 장관과 환율 이슈 등도 협상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현재 워싱턴D.C.에서 미측과 한미 현안 협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고위급 정부인사들이 줄줄이 워싱턴D.C.에 집결해 막바지 협상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협상 종료 시한(8월1일)을 열흘가량 앞둔 상황에서 방위비 분담금 상향을 비롯해 농축산물 추가 개방, 온라인 플랫폼법 개정 등 미측 요구사항이 나오면서 협상 전망은 안갯속이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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