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제 실무형 인재 크게 부족
'쉬었음' 청년에 적극 지원 필요
디지털 혁신 주역으로 육성해야
새 정부가 출발하면서 신속하게 31조8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과시키고 21일부터 12조1709억원 규모의 민생회복지원금이 지급된다. 소비쿠폰 형태 지급을 통해 소비를 진작하여 민생경제를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렵다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분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민생회복지원금은 긴급 처방일 뿐이고 점점 낮아져 가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회복하고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새 정부에서 첫 번째 공약으로 제시한 것이 '인공지능(AI) 100조원 투자'이다. AI로 대표되는 새로운 디지털 혁신의 시대에 우리나라가 뒤처지지 않고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전략이 제대로 그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가 AI 경제를 만들어갈 인력 문제다. 선도적인 리더도 중요하지만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하고 모델을 직접 설계하고 만들어낼 인력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도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그냥 쉬었음'이라고 응답한 청년이 50만명이고 청년 고용률이 45.3%로 2024년 46.2%보다 오히려 낮아진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이다. '쉬었음'은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가 아니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50만명을 넘어선 것은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초라고 한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청년층이 가고 싶어 하는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삼성, 현대자동차 등 국내 최고 일자리 창출 기업들이 미국의 압력으로 미국에 역대 최대 투자를 약속하고 공장을 설립하는 것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일이다. 그러다 보니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국내 대기업, 중견기업 일자리 채용공고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채용 관행 역시 신규 채용보다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게 된 지도 오래되었다. 청년인구가 줄고 있지만 대학을 졸업하는 청년들의 취업 문은 오히려 높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쉬었음' 상태로 있는 것이 심각한 이유는 이렇게 오랫동안 쉬고 있을수록 나중에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이들의 직업역량이 떨어져서 원하는 일자리로 갈 가능성이 사라져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대안은 적합한 일자리를 한시적으로라도 만들어주는 것이다. 과거 코로나 시기에 정부에서는 대규모의 디지털 일자리를 마련한 바 있다. 당시 디지털 일자리 사업의 경우 6개월간 청년들이 IT 관련 직무를 할 때 실제 임금의 90%까지 정부에서 지원해주었기 때문에 인력 채용을 늘리고 싶어도 인건비 부담이 큰 스타트업이나 중소중견기업에서 청년을 많이 채용했다. 1조원 정도 투입된 해당 일자리 사업은 청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것뿐 아니라 일을 배우는 일 경험의 기회를 제공했고 경력직을 선호하는 대기업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AI 기술이 이끌어나갈 새로운 디지털 혁신의 시대를 맞아 누구보다도 청년세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일 경험이 없는 청년들에게 해당 경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쉬고 있다고 답변한 청년들은 이러한 큰 시대변화의 흐름에서 소외될 위험이 크다. 이들에게 먼저 적극적인 지원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은 25세 미만 청년들을 대상으로 취업, 교육, 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청년보장제(Youth Guarantee)'를 29세까지 확대하는 등 더 강화하고 있다. 우리도 쉬는 청년이 늘어나지 않도록, 청년들이 새로운 디지털 혁신의 시대 주역이 되도록 시급하게 정책을 강화해야 할 때이다.
김경선 전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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