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재검토로 수위 조절
'수련 연속성 보장' 필요하지만 군 입대자원 부족 문제도
의·정 갈등으로 병원을 떠난 사직 전공의들이 새로운 협의체 구성과 수련환경 개선 등 대정부 요구안을 확정하면서 전공의 복귀를 위한 논의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향후 의·정 대화 등에서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수련 연속성 보장'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가 복귀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9일 임시대의원총회를 통해 의결한 요구안은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재검토를 위한 현장 전문가 중심의 협의체 구성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및 수련 연속성 보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를 위한 논의 기구 설치 등 3가지다.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이 공식 요구안을 내놓은 것은 1년4개월 만이다. 당시 대전협이 내놓은 7대 요구안과 비교할 때 '필수의료 패키지 및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요구가 이번엔 '재검토' 등으로 조정됐다.
이들 3가지 요구 사항은 대부분 이미 정부와 의료계, 정치권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앞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공의 복귀와 관련해 "복지부가 수련협의체를 만들어서 신속하게 논의하겠다"며 "전공의들의 수련 환경을 개선하고 질적으로 제대로 된 수련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수련 연속성 보장' 부분이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나 복귀 규모를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사직 전공의들은 별도의 특례 조치가 없어도 이달 말 공고될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해 오는 9월부터 수련을 재개할 수 있지만, 군 미필 전공의들의 경우 입영 문제가 걸려 있어 복귀 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사직한 전공의들은 현재 의무사관후보생으로 편입돼 군의관이나 공보관 입영 대상자가 돼 있다. 이미 3000여명 중 약 880명이 올해 4월 입대했다. 입영 연기 특례가 적용된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일부가 복귀했지만, 여전히 1000~2000명의 전공의가 입영 대기 상태다.
이들은 하반기 수련병원에 복귀하더라도 내년이나 내후년 영장을 받으면 곧바로 입영해야 하는 처지인 데다 제대 후 원래 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입영 연기가 되지 않는다면 제대 후 원래 병원으로 복귀해 수련을 이어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반면 이들 전원의 입영을 연기해 줄 경우 내년 군의관 자원이 크게 부족해지는 문제도 생긴다.
일부 전공의들은 진급이나 전문의 시험까지 공백 기간이 없도록 수련 기간 압축이나 전문의 시험 추가 시행 등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전협은 이런 구체적인 방안들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며 '특혜'로 비칠 소지가 있는 요구들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최근 조건 없는 복귀를 선언한 의대생과 달리 전공의들은 복귀를 못 박지는 않았지만, 상반기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만큼 하반기 복귀하는 전공의 수가 꽤 많을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빅5' 병원(삼성서울·서울대·서울성모·서울아산·세브란스)의 전공의는 인턴 113명, 레지던트 435명 등 총 548명이다. 지난해 12월 말(230명)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2배 이상 늘었지만, 의정 갈등 이전인 2023년 말(2742명)과 비교하면 여전히 19.9%에 불과한 실정이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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