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경기 침체, 기후 위기 지켜본 Z세대
"지금 이 순간에 투자…감정 치유 한 형태"
Z세대를 중심으로 중국 완구 브랜드 팝마트의 캐릭터 인형 '라부부'(LABUBU)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이 해당 현상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는 우려를 내놨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은 홍콩 출신 네덜란드 거주 아트토이 작가 룽카싱이 디자인한 라부부가 Z세대를 중심으로 중국을 넘어 아시아, 북미, 유럽, 중동 등지로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일본 도쿄에서도 새벽 3시부터 줄을 서는가 하면,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신규 매장에서는 인파가 몰리면서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하는 일이 있었다. 특히 그룹 블랙핑크 리사와 가수 리한나·두아 리파 등 유명 연예인이 애용하는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되면서 인기가 절정에 달했다. 지난달 중국 베이징의 한 국제 경매에서 희귀 라부부 인형이 15만달러(약 2억 8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소비자는 라부부를 단순한 장난감이 아닌 자산 개념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신 건강 전문가들은 '라부부 열풍'에 우려를 보냈다. 임상 심리학자인 트레이시 킹은 이런 현상이 "번아웃 증상과 단절에 대한 반응"이라고 주장했다. 킹은 Z세대가 이전 세대만큼 재정적인 안정을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젊은이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라부부 같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수집품을 모은다고 분석했다. 예측 불가능한 환경 속에서 성장하는 Z세대의 심리적 반응이라는 의미다.
킹은 "이전 세대가 주택 담보 대출과 연금을 위해 저축했던 반면 Z세대는 '지금 이 순간'에 투자하고 있다"며 "Z세대는 팬데믹, 경기 침체, 기후 위기 등 세계적 위기가 닥쳐오는 것을 지켜봐 왔기 때문에 이전 세대가 지닌 삶의 큰 목표가 종종 달성할 수 없게 느껴진다. Z세대가 장난감을 수집하는 것은 그들의 '미성숙함' 때문이 아니라 '감정적인 치유의 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심리학자인 다니엘 글레이저 박사도 라부부 수집 열풍을 특정 세대의 경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Z세대가 경제적 불안정과 팬데믹으로 점철된 시기에 성인이 되었으며, 이처럼 불확실한 세상에서 작은 소비를 통해 즉각적인 만족감을 되찾는다"라고 설명했다.
실험 심리학자인 에마 팔머 쿠퍼 박사는 "수집이 강박관념이 되어 너무 많은 돈을 쓰는 행위는 해롭다"며 "수집은 심리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줄 순 있지만, 더 깊은 감정적 문제를 회피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한편 라부부는 룽카싱이 그림책 '몬스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요정 캐릭터다. 뾰족한 이빨과 복슬복슬한 털이 특징이며, 안에 어떤 종류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 박스' 형태로 판매된다. 이러한 특성 역시 영상 콘텐츠화하면서 SNS에서 입소문을 더했다. 각자 뽑은 키링을 서로 교환하는 문화도 자연스레 형성되면서 하나의 놀이이자 문화 현상으로까지 확산하기도 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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