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 AI는 연방 계약 불가…업계 전반 영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진보적 색채를 걷어내기 위한 움직임을 인공지능(AI) 분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이른바 '워크(woke)' AI를 겨냥한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워크'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등 진보적 가치를 강조하거나 강요하는 행태를 비판적으로 지칭하는 용어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연방 정부 전반에서 이러한 '워크' 요소를 제거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해당 명령은 연방 계약을 맺은 AI 기업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편견이 없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주요 기술 기업들이 자사의 AI 도구를 연방 정부가 도입하도록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행정명령이 업계 전반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특히 개발자들이 AI 모델을 설계하고 훈련하는 과정에서 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게 만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AI 모델은 종종 사실과 다른 정보를 생성하거나 예기치 못한 반응을 보이는 이른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일으키곤 한다. 이는 AI가 방대한 인터넷 자료와 출판물 등을 바탕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부정확하거나 편향된 결과가 나왔을 때 그 원인을 명확히 추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WSJ는 '워크 AI'를 겨냥한 이번 행정명령이 특정 기술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경우, 정부가 일부 기업을 편애한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AI 스타트업 xAI는 안티 워크(anti-woke)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반면 오픈AI의 경쟁자로 주목받는 AI 기업 앤스로픽은 바이든 전 행정부 출신 고위 인사들을 다수 영입하며, 진보적 색채가 뚜렷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앤스로픽은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행동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이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 AI 관련 행동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에서 워크 AI 관련 행정명령 이외에도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비전을 담은 여러 행정명령을 발표할 예정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수출입은행 같은 기관을 활용해 미국산 칩 및 AI 도구 수출 촉진 조치, 데이터 센터 허가 절차 신속화, 에너지 생산 확대 가속화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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