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무죄 확정…10년 묶인 사법 리스크 해소
전략 보류·투자 지연 끝…삼성, 체질 전환 본격 시동
구글캠프·APEC 등 총수 글로벌 외교 일정 재개 가시화
반도체·바이오·AI 등 ‘총수급 협력’ 필요한 사업 확대
"이제는 결과로 말해야"…이재용 책임경영 시험대 올라
"전문경영인이 결정할 수 있는 투자 한도는 최대 1000억원을 넘지 못합니다. 그 이상은 총수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최근 만난 국내 4대 그룹 계열사의 대표는 대대적인 투자를 결정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보면 기업 총수의 결단은 중요한 순간에 더욱 빛을 발한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삼성그룹이 지난 10년 가까이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중대한 투자와 조직 개편을 수차례 미룰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발언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혐의에서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이 같은 구조적 제약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오랜 사법 리스크가 사실상 마무리되며 총수의 법률적 부담이 해소됐고 그동안 억제돼 있던 삼성의 전략 판단과 대외 행보도 전환점을 맞게 됐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무죄 확정 이후 첫 대외 일정으로 글로벌 무대 복귀를 준비 중이다. 이달 말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비공식 글로벌 리더십 포럼(구글캠프) 참석을 검토하고 있다. 또 10월 추석 연휴 기간엔 글로벌 핵심 사업장 방문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0월 말부터 한국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최고경영자 회의(CEO 서밋) 등을 계기로, 글로벌 네트워크 복원을 위한 정교한 외교 일정이 병행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은 그동안 보류해왔던 중장기 투자 전략과 조직 운영 방안을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올리고 향후 수개월간 투자 집행과 조직 개편 논의도 진행할 채비를 갖췄다. 총수 리더십이 복원되면서 삼성은 전략 재정비뿐 아니라 조직 운영과 의사결정 구조의 변화까지도 검토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됐다.
이 회장의 외교 행보는 단순한 상징을 넘어 경영 전략과도 직결된다. 삼성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인공지능 인프라 등은 해외 파트너와의 협력은 필수다. 최근 고도화된 기술 생태계에서는 최고경영자 간 신뢰와 의사결정 속도가 협력 구조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총수 리더십 복원은 곧 전략 실행력의 복원으로 연결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단순한 개인에 대한 무죄 판단을 넘어 국내 최대 기업집단의 경영 구조에 실질적인 전환을 예고하는 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이후 시작된 수사와 재판은 이 회장의 대외 활동뿐 아니라 그룹 차원의 전략 의사결정에도 제약을 줬다. 이 회장은 해외 출장이나 글로벌 현안 대응에서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왔고, 그룹 내부에서도 대규모 인수합병(M&A), 신규 투자, 조직 개편 등 핵심 의사결정이 장기간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이번 판결을 통해 삼성의 투자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주요 계열사들은 현재 투자심의 조직과 글로벌 사업부를 중심으로 기존 전략을 재점검하고 있으며, 변화의 신호탄은 이 회장의 대외 행보를 통해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수의 움직임 자체가 사업 전략과 파트너십 복원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총생산과 자본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삼성의 위상을 고려할 때 단순한 기업 실적을 넘어 국가 경쟁력 회복에 대한 기대와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재계와 국민이 요구하는 실적과 기술 경쟁력 회복에 대한 압박감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이제는 사법 리스크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고 실적과 결과로 말해야 한다는 압박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미래 전략 사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의 무죄 판결은 기업의 정상 경영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한국 산업 전반의 안정과 투자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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