兆 단위 거래 드물어…대형 PE도 잠잠
매물 자체 감소…맏형 MBK도 위축
韓산업 경쟁력에 대한 의문도…"투자할 산업분야 적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좀처럼 투자할 만한 기업이 없다는 고민에 빠졌다. 새 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과 규제 완화 방향에 따라 더 몸값을 올릴 수 있다는 셈법에 매도자들이 좀처럼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아가 근본적으로 한국 산업의 미래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모펀드의 M&A가 예년보다 위축된 분위기다. 매출 자체가 크게 줄었고, 매수 여력도 위축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기관 전용 사모펀드의 투자집행 규모는 24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8% 감소했다. 추가 투자 여력을 나타내는 드라이파우더(미집행 약정액)는 36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 세계 경기 둔화 우려와 계엄사태 등이 국내 M&A 시장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
한 중대형 PEF 운용사 대표는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보고 더 비싸게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매도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귀띔했다.
그나마 최근 진행된 건들도 대부분 펀드 결성 초기이거나 투자 기한 만료 전인 경우가 많다. 정해진 일정에 드라이파우더를 소진해야 하는 부분이 고려된 셈이다. 애경산업 인수에 참전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의 경우 2021년 조성한 4호 블라인드 펀드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기간 만료가 다가오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다. BNW인베스트먼트도 지난해 자금 조달을 마무리한 3호 펀드를 활용해 케이텍 인수를 추진 중이다.
특히 업계 큰형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사태로 흔들리면서 M&A 시장 위축이 가속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兆) 단위 거래의 경우 MBK 같은 대형 사모펀드가 뛰어들어야 흥행이 되는데 MBK, 나아가 사모펀드 전체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상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산업들의 성장 여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불거진 점도 발목을 잡는다. 한 중견 PEF 대표는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문제는 괜찮은 사업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라며 "화학은 중국 때문에 많이 죽었고, IT도 쉽지 않은데다 K푸드나 K컬처 역시 기술적 장벽이 높지 않은 분야여서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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