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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책무구조도]①"인사권 침해·신사업 지연" 우려 큰 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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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은행에 이어 이달부터 대형 증권사에도 책무구조도가 적용되면서 증권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책무구조도란 금융회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한 것으로, 금융사의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 책임자를 명시한다. 이를 통해 내부통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앞서 금융지주와 은행은 올해 1월부터 책무구조도 시행에 들어갔고 이달부터 자산 5조원 이상 증권사 또는 운용자산 20조원 이상 운용사에도 도입됐다. 증권사들은 책무구조도 도입에 맞춰 그동안 많은 준비를 해왔지만 책무구조도 도입이 가져올 혼란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논란의 책무구조도]①"인사권 침해·신사업 지연" 우려 큰 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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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무구조도에 대응하기 위해 증권사들은 분주하다. 앞서 시범운영 기간 금융감독원이 지적한 사항을 반영하는 등 당국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최근 KB증권과 메리츠증권은 대표가 겸직하던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교체했다. KB증권은 김성현 대표가 겸직하던 이사회 의장 자리를 양정원 사외이사가 맡게 됐고 메리츠증권은 이사회 의장이 장원재 대표에서 이상철 사외이사로 변경됐다. KB자산운용도 대표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김영성 대표가 맡던 이사회 의장을 장병화 사외이사가 맡게 됐다.

KB증권은 변경 사유에 대해 "책무구조도에 대한 금감원 주요 검토 결과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도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 참여 과정에서 도출된 금융당국의 책무구조도 컨설팅 의견 반영 및 조직개편 등에 따라 책무를 변경·추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5월 금융투자회사 27곳 중 11곳인 40%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어 이해상충 발생 소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여 개선에 나서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책무구조도 도입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크다. 은행에 비해 한층 복잡한 증권업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아 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인사권 침해는 물론 조직 개편을 통한 신사업 추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 등이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A증권사 고위 임원은 "조직 인사는 대표이사의 고유권한이다. 인사권을 통해 회사를 컨트롤하고 회사의 갖가지 기능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한다"면서 "인사라는 게 여러 가지 전공과는 상관없을 수도 있고 차세대 주자로 키우기 위해 경험 쌓게 해주기 위한 인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책무구조도상에는 경력사항 등을 넣도록 하고 있으며 당국에서 문서상 명시된 내용만을 보고 인사가 적합한지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 개편을 할 경우 조직의 명칭을 바꾸고 변화를 줄 때마다 금감원에 보고해야 하고 회사에서 적임자로 판단한 사람을 담당자로 정했지만 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금감원에 검사받아야 한다. 감독당국이 금융회사의 조직과 인사를 결정하는 셈이 될 수밖에 없고 인사권에 엄청난 제약이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국이 검사는 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B증권사 임원은 "감독기관은 책무구조도에 대해 '승인'이나 '허가' 대신 '수정·보완'을 요구하면서 결과적으로 책임에서 벗어나게 된다"며 "수정·보완 요구는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더욱 힘들다. 오케이 사인이 날 때까지 수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신사업 추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조직 개편이 필요한데 일일이 조직과 인사 사항에 대해 금감원에 보고해야 하는 단계를 거치다 보면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C증권사 고위 임원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려고 하면 그와 관련돼 추가되는 업무와 수정되는 사항들이 광범위하게 생기기 마련인데 이를 일일이 다시 책무구조도에 반영하고 감독당국에 보고하는 단계를 거쳐야 해 사업을 진행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소요할 수밖에 없다"면서 "어떤 사업은 특성상 타이밍이 중요한데 관련 조직을 만드는 단계에서 지체된다면 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금융감독원 측은 "인사권에 제약이 생긴다는 (업계 경영진의) 표현은 맞지 않다. 전문성 등 적극적 자격요건을 보도록 법이 바뀐 만큼, 사후 보고에서 법적 요건에 부합하느냐를 살피는 것이다. 형식적 흠결이 특별히 없다면 관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수정보완 요구와 관련해서도 "법상 사유가 분명히 있다. 내용 자체가 적합한지 하지 않은지를 (당국이) 평가하지는 않는다"고 일축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책무구조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감독당국과 금융회사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D증권사 고위 임원은 "회사별로 조직 체계의 차이가 많이 난다. 대형사와 중소형사, 지주회사 산하 회사와 독립계가 각각 다르다"면서 "이를 감안할 때 아주 심각한 법 위반이 아니라 해석상, 실무상 차이로 발생하는 이슈는 감독당국과 금융회사 간의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책무구조도가 도입될 소형사들의 경우 더욱 문제가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소형사들은 조직 구조가 정형화돼 있지 않거나 직무 분리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임직원 수가 50명 이하인 경우 인력 확충이 어려운 가운데 어느 정도 겸직이 불가피한 경우들이 있고 내부통제 관련 인프라 구축도 비용 측면에서 어려울 수가 있다"면서 "소형기관의 책무구조도 도입을 대형기관보다 유예해 줬는데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에 대해 대형기관들의 책무구조도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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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가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28개사 실무진 29명 응답)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확인된다. 도입 우려점(복수응답)에 대해 응답자 절반 이상이 ▲형식적 문서화에 그칠 우려(58.6%) ▲업무과중(65.5%) ▲조직변경 시 대응 곤란(51.7%)을 지적했다. 이밖에 기업의 인사권 침해(6.9%), 책임전가(17.2), 부서 간 협업 억제(3.4%) 등의 우려도 확인됐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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