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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재료값 탓하지 마라"…유난스러운 '한국 빵값 고공행진' 다른 이유 있었다[빵값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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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공정위 '제빵산업 시장분석' 보고서 분석
원재료 비중 낮고 인건비 비중 높아
프랜차이즈 빵 원가 중 판매관리비 42.4%

편집자주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가공식품 물가가 4.1%(전년 동기대비) 오를 동안 빵 물가는 6.4%나 상승했다. 빵 소비자물가지수는 138.48로 기준연도인 2020년(100)과 비교할 때 5년간 38.48% 올랐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간식인 떡볶이, 치킨보다도 더 가파르게 올랐다. 빵은 한때 누구나 즐기던 간식이었지만, 지금은 선뜻 고르기 어려운 가격이 됐다. 어쩌다 한국의 빵값은 계속 가파르게 오르게 됐을까.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한국국제베이커리페어'에서 제빵사가 빵을 진열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연합뉴스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한국국제베이커리페어'에서 제빵사가 빵을 진열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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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값의 가파른 상승 원인이 단순히 원재룟값 인상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빵 제조 비용 가운데 원재료 비중이 50%로 식품업계 평균 75% 보다 낮지만, 인건비와 판매관리비(영업비용)가 상대적으로 높아 빵값을 높이는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게다가 밀가루, 설탕, 계란 등 주요 원재료가 제한된 시장 경쟁과 과점 유통구조로 정상적인 가격 형성 기능을 잃어 비용을 낮추기 힘든 환경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원재료↓ 인건비↑...다른 식품업계와 다른 원가 구조
"뻔한 재료값 탓하지 마라"…유난스러운 '한국 빵값 고공행진' 다른 이유 있었다[빵값의 비밀] 원본보기 아이콘

19일 제빵 산업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진행한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립공주대학교 산학협력단으로부터 받은 '제빵산업 시장분석 및 주요 규제 경쟁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빵 제조 비용 중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기준 50.1%로 나타났다. 제분(87.4%), 식용유지(82.9%), 면류(75.1%), 제당(75.0%), 커피 및 코코아(65.1%), 음료류(63.9%), 과자류(57.9%)에 비해 원재료비 비중이 낮았으며, 전체 식품제조업 평균(74.5%)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관련기사: "차라리 마트 빵 사먹어요"…가격 38% 뛰었지만 공정위는 '모르쇠')


원재료 비중이 다른 식품업계보다 낮은 반면 인건비 비중은 28.7%로 전체 식품제조업 평균(8.1%)의 3배가 넘었다. 과자류(14.3%), 커피 및 코코아(13.1%), 음료류(9.0%), 면류(8.2%), 제당(5.1%), 식용유지(4.1%), 제분(3.9%) 등과 비교해도 현저히 높다. 2018~2022년 빵류의 인건비 비중이 12.1%포인트 상승한 사이 전체 식품제조업 인건비 비중은 0.3%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전문점은 할인행사, 가맹점 지원 등이 포함된 항목인 판매관리비가 빵 가격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었다. 보고서는 프랜차이즈 빵 원가에서 판매관리비가 42.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재료비(31.6%), 노무비(16.8%), 제조경비(9.4%) 등 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밀가루·설탕·계란 등 원재료 가격 오르는데 유통구조는 한계
"뻔한 재료값 탓하지 마라"…유난스러운 '한국 빵값 고공행진' 다른 이유 있었다[빵값의 비밀] 원본보기 아이콘

빵값 상승에 영향을 주는 주요 원재료의 가격 인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데다 정상적인 시장원리가 작동할 수 없는 유통구조로 인해 베이커리업계가 원재료비를 낮추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주요 원재료의 가격을 살펴보면, 한국은 전반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밀가루는 100g당 일본 314.7원, 한국 194.2원, 미국 173.1원 순으로 조사됐다. 2023년 기준 밀가루 소비자물가지수(CPI)는 한국이 138(2020년=100)로, 프랑스(135), 미국(134), 일본(127)보다 높아 4개국 중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계란은 한국이 개당 688.3원으로 가장 비쌌고 미국은 438.6원, 일본은 247.1원이었다. 설탕은 100g당 미국 306.8원, 한국 260.6원, 일본 252.5원 순이었다. 우유는 100㎖당 한국이 311.6원으로 가장 높았고, 일본은 231.7원, 미국은 145.8원이었다.

빵의 핵심 원재료인 밀가루(63.5%), 백설탕(9.7%), 계란(7.5%)은 전체 원료의 80% 이상을 차지해, 이들의 가격 변동은 원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밀가루의 국내산 사용 비중은 0.2%, 백설탕의 국내산 사용 비중은 0%다. 밀가루와 백설탕은 원재료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라 국제가격 변동에 민감할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수입된 원당을 가공·제조하는 산업은 국내 제당 3사(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가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아울러 계란은 산지 및 도매시장 형성 없이 수급이 이루어지고 있어 시장가격이 존재하지 않았다. 생산자단체에서 고시하는 계란 산지 가격은 농가와 유통상인 간에 실제 거래된 가격이 아닌 변동성이 큰 협상 가격을 의미한다. 시장가격이 존재하지 않아 조류인플루엔자(AI)나 살충제 계란 파동 등과 같은 이슈에 시장가격이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 보고서의 책임자인 홍연아 공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빵값 상승은 특정 요인 하나보다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봐야한다"며 "가격 상승의 원인을 단순히 원재료비 상승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가중치로 보면 여전히 원재료 비중이 크지만, 인건비와 임대료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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