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갑질이다."
'친윤석열계 스피커'로 불리는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윤희숙 혁신위원장의 1차 인적청산 명단 발표를 이렇게 평가했다. 국민의힘 친윤계의 반발은 이뿐만이 아니다. 청산 대상자로 지목된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면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전형적인 '기득권 지키기' 프레임이 또 가동되고 있다. 당을 책임지는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반응에는 귀를 의심했다. 충정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회피하는 모습이다.
6·3 대선 패배 이후 국민의힘이 자체 혁신을 언급했을 때 여의도 정가에서 이를 믿는 이는 많지 않았다. 여의도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국민의힘 의원 보좌관은 "혁신이 될 리가 없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냉소의 기류는 근거가 없는 게 아니었다. 국민의힘은 혁신은커녕 퇴행의 길로 역주행 중이다.
당 지도부는 다시 친윤계가 차지했다. 혁신안은 '반탄(탄핵반대)파'였던 장동혁·나경원 의원 등에 막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전국 주요 시도당 위원장 역시 친윤계 일색이다. '혁신 역주행'보다 더 참담한 것은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의 현실 인식이다. 눈과 귀를 닫고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하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중도·수도권·청년들로부터 외면받으며 당 지지율 10%대의 '영남당'으로 전락했음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그러면서도 소장파가 목소리를 내면 "당내 분열을 야기한다"며 반동분자로 몰아간다.
최근 윤상현·장동혁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전한길씨가 나와 '윤석열 어게인'을 외치기도 했다. 송 위원장 등 당 지도부까지 참석한 행사다. 논란이 일자 송 위원장은 "당은 이번 행사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놓고 말로만 부인하면 어떤 국민이 믿을 수 있을까.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바닥까지 떨어졌던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 신뢰가 이젠 지하를 뚫고 내려가고 있다.
혁신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용기에서 시작한다. 철저한 자기반성과 인적 쇄신으로 실질적인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그러나 안철수 혁신위는 출범 20분 만에 좌초했고, 구원 등판한 윤희숙 혁신위도 위태롭다. 당 안팎에선 "이럴 거면 혁신위를 출범시키지 않는 게 더 도움이 됐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인사들을 만나보면 무기력함과 패배감에 젖어 있다. 이재명 정부의 실책이 유일한 살 길이란 인식도 팽배하다. 가만히 누워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모습 아닌가. 더이상 국민의힘의 밑바닥을 확인하고 싶지 않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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