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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총량 관리한다면서 대환대출 잡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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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규제로 대환대출 길 막혀
과도한 통제에 시장선 혼란
추가 규제 전 지속가능성부터 살펴야

고액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막겠다며 내놓은 '6·27 대출 규제'가 시행 3주째에 접어들면서 시장 분위기도 달라졌다. 과열되던 서울 부동산 시장의 열기는 다시 잠잠해지고 있고,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속도도 더뎌졌다. 언제든 집값이 다시 자극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가계대출은 시차를 두고 다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큰 효과를 보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만족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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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초고강도 규제가 계속되면서 일률적 규제에 따른 부작용도 서서히 확인되고 있다. 정부가 신규 주택담보대출(주담대)뿐 아니라 대환대출 역시 같은 규제 선상에 올려놓으면서 대환대출 제도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규제로 인해 수도권에서 집을 산지 3개월이 지났고, 주담대 잔액이 1억원 이상인 차주는 다른 은행으로 대출을 갈아탈 수 없다. 집을 사는데 대부분 1억원 이상 대출을 받고, 6개월 이후부터 대환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상당수 차주들이 대환 자체에서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은행 주담대 상품은 5년 고정금리가 적용되고, 이후 3개월 혹은 6개월 주기의 변동금리로 전환된다. 금리부담과 안정성을 고려한 이들에게 대출 갈아타기는 하나의 수순이었다. 하지만 대환대출 길이 막히면서 실수요자들의 합리적 금융 선택권도 봉쇄됐다. 기준금리 인하기임에도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대출금리가 떨어지지 않아 가뜩이나 금리인하 체감 효과가 낮았는데 이자부담을 덜 기회조차 사라진 것이다.

대환대출은 기존 대출을 상환하고 금리나 만기 조건만 바꿔 다시 동일한 금액을 빌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총량 증가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부가 대환대출에 유독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 건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기 때문에 과도한 증가를 경계해야 한다는 정부의 논리와도 배치된다. 금리 선택이 어려워지면서 기존 주담대 차주들의 이자부담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늘었다. 그만큼 소비 여력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내수 촉진이 필요하다며 나랏돈을 들여 평균 25만원의 지원금은 풀면서 대출이자 부담은 유지하라는 것은 모순적이다.


과도한 가계대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이를 위해선 집값 상승의 기대심리를 꺾어야 하고, 정부는 목표 달성을 위해 모든 자극을 차단하는 극단적 전략을 선택했다. 잔액에 변화가 없어도 신규 대출로 잡히는 대환대출을 총량에 포함하는 것도 정부 입장에서는 가장 관리가 쉬운 방법일 것이다.


현장의 혼란에도 금융당국은 규정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수요 억제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추가 규제를 고민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이런 작은 부작용은 감내해야 한다며 추가 규제에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추가 규제를 내기 전에 지금과 같은 과도한 통제가 옳은지, 지속가능한지부터 우선 살펴봐야 한다. 당장은 이런 전략과 방식이 간편하고 확실해보이지만 부작용은 분명히 생긴다. 정책 목표와 시장 현실의 괴리감이 클수록 더 큰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극단적 규제는 유통기한이 짧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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